▲'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지난 3월 6일 강원도 태백을 출발해 한 달 째 낙동강을 걷고 있다. 사진은 3일 삼랑진 부근 낙동강 둔치에서 만난 지율 스님의 모습.
윤성효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낙동강을 걷고 있다. 지난 3월 6일 강원도 태백을 출발해 안동-풍산-예천-상주-대구-창녕-밀양-양산을 거쳐 한 달여 만에 낙동강 하구에 도착한다.
지율 스님은 혼자서 걷는다. 심심하지 않게 모래를 퍼내는 사람도 만나고, 둔치에서 농사짓는 사람들도 만난단다. 한편으로는 아직 푸른 강물이 있어 좋을 것 같다. 지율 스님은 '탁발'하듯이 한 달째 낙동강을 훑고 있었다.
지난 3일 새벽, 지율 스님한테서 이메일이 왔다. 하루 전날 창녕 남지 일대를 지났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낙동강 답사에 나섰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동안 어디쯤 걷고 있는지 궁금해 하던 차였다.
지율 스님은 휴대전화가 없다.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메일뿐이다. 이날 새벽 답장을 보냈지만 점심시간이 돼도 소식이 없다. 이날 오후 대충 짐작으로 창원-밀양 중간에 낙동강을 가로질러 놓인 수산대교로 향했다.
둑에 난 길을 따라 창녕 방면으로 20여 분간 올라가 보았지만, 혼자 걷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수산대교를 지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차를 돌렸다. 밀양연극촌을 지나도 스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 내려가니 하천정비공사를 하는 포클레인이 보였다. 공사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모르겠단다.
멀리 삼랑진교가 보였다. 낙동강과 밀양강이 만나는 곳에 이르렀다. 밀양강을 건너기 위해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지율 스님 찾기를 포기하고 돌아갈 작정이었다. 농로를 겨우 빠져나와 밀양 상남초교 앞 도로를 지나니 밀양강에 놓인 삼상교가 나왔다.
삼랑진읍을 바로 앞에 두고 푸른 보리밭을 보면서 달렸다. 그런데 모자를 쓰고 승복을 입고 혼자 걸어가는 사람이 보였다. 바로 지율 스님. 그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차들이 달리고 있어 위험해 보였다. 차를 옆에 세웠더니 놀란다.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느냐"고.
지율 스님은 누더기처럼 보이는 승복을 입고 모자를 눌러썼다. 노트북이 든 배낭을 메고, 옆에는 물병이 매달려 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손에는 메모할 수 있는 작은 수첩을 들었다.
곧바로 삼랑진읍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하루 한 끼만 먹는단다. 자리에 앉더니 모자를 벗는다. 그러면서 "얼굴을 많이 탔는데…"라고 말한다. 화장도 하지 않는 얼굴인데 봄볕에 그을렸단다. 황사에다 강바람이 심해 눈까지 충혈될 때가 있단다.
홈페이지(초록의공명)에 글을 올리는 이계삼 교사(밀성고)의 집에 갔다. 거기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