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소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서평] 잭 런던 걸작선 2 - <버닝 데이라이트>

등록 2009.04.04 16:58수정 2009.04.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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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닝 데이라이트>겉표지.
<버닝 데이라이트>겉표지.궁리
<버닝 데이라이트>겉표지. ⓒ 궁리

얼마 전에 '궁리'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잭 런던 걸작선의 첫 번째 작품 <비포 아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그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버닝 데이라이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소설은 1910년에 연재 형식으로 쓰여 진 소설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백 년 전에 탄생한 소설인 셈이다. 그럼에도 <비포 아담>이 그랬듯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이 잭 런던 소설의 매력을 찾는 일이다.

 

<버닝 데이라이트>는 한 남자의 성공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이 남자는 알래스카 지역을 개척하던 모험꾼인데 상상을 초월하는 힘과 명석한 두뇌, 그리고 예리한 투자능력을 지니고 있다. 더군다나 불타는 투지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끈기를 만들어냈다. 그는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고 목표한 것이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황무지와 같았던 곳에서 버닝 데이라이트는 특유의 끈기와 예감으로 한몫 단단히 거머쥔다. 그리고 그는 더 큰 게임을 위해 미국의 중심가로 온다. 그곳에서 그가 한 일은 무엇이었는가? 자본가들과 함께 투기를 하려 한다. 하지만 버닝 데이라이트는 시골에서 막 올라온 '촌뜨기'였다. 그가 하려한 투기는 알고 보니 사기였다. 다시 개척지로 돌아가야 할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버닝 데이라이트는 권총으로 자본가들을 위협, 그 돈을 찾아낸다. 더불어 그는 깨닫는다. 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의 속성까지 깨닫고 만다. 이 세상은 빼앗는 자와 뺏기는 자로 나뉘는데 승자는 언제나 승자이고 패자는 언제나 패자라는 걸 안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합법적이면서도 불법적인 수법까지 동원해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세상이 두려워하는 자본가로 거듭난 것이다.

 

<버닝 데이라이트>의 그 남자를 보고 있으면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 그 남자의 성공스토리가 미국의 어느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라는 게임에서 온갖 수를 동원해 영원히 빼앗는 자가 되려한 그 모습은 확실히 그것을 닮았다. 개척 정신으로 성공할 때에는 그 활약상에 박수를 칠 수 있지만, 도시에 돌아온 후에는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 잔혹함은 누구나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버닝 데이라이트가 사랑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싫어한다. 버닝 데이라이트는 그 사실을 알고 당혹해한다. 웬만한 여자들은 그의 돈이라면 거절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는 지속적인 청혼을 거부했다. 그러자 버닝 데이라이트는 깨닫는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말이다. 또한 자신이 지쳤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는 더 이상 자본주의 안에서 게임하는 걸 즐기지 못했다. 심신이 피곤할 뿐이었다.

 

그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해 돈을 모았지만 남은 것은 지친 영혼과 외면하는 사랑이었다. 그래서 그는 결심한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여자와 함께 농장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너무 뜬금없는 결론일까? 다들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버닝 데이라이트처럼 자본주의에 지친 사람이라면 그런 것을 꿈꾸고 살지 않을까? 그토록 치열한 경쟁과 인간미라고하는 하나도 없는 냉혹함을 뒤로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농장으로 떠나는 그런 삶을 꿈꾸지 않는 이가 있을까?

 

잭 런던이 <버닝 데이라이트>의 결론을 그렇게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가 이 소설을 쓸 당시 자본주의는 '좋아'보였다. 하지만 그가 소설에서 예견했듯, 나쁜 속성이 있었다. 더군다나 그것은 고쳐지지 않을 속성이었고 사람들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기도 했다. 잭 런던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 정답이 <버닝 데이라이트>의 결론과 닿아있는 것이다.

 

<버닝 데이라이트>를 읽다보면 소름이 돋는다. 소설이 쓰여 질 당시, 잭 런던이 인간이 만든 '진흙탕'이 인간을 얼마나 추하게 만들 수 있는지 예측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경고였다. 이 소설은 무서운 경고였던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은 그가 한 경고가 '사실'로 들어났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세월에 쓰러진 소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버닝 데이라이트>는 세월의 무게를 견딜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난다. 그의 소설을 주목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2009.04.04 16:58ⓒ 2009 OhmyNews

버닝 데이라이트

잭 런던 지음, 정주연 옮김,
궁리, 2009


#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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