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홈페이지피디수첩은 19년 간 탐사 보도의 전형을 만들어왔다
MBC
지난 20년간 한국 언론발전에 큰 공헌을 한 피디저널리즘이 백척간두의 상황에 빠졌다. 성역이 없는 비판적 카메라 앞에 당황한 정부 등 권력의 폭압은 물론이고 방송사들을 괴롭히는 자본의 위기라는 연타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탐사보도의 본령을 정착시킨 피디저널리즘의 위기는 대표적인 간판 프로그램인 MBC 피디수첩의 위기를 통해 나타난다. 1990년 5월 8일 첫방송 이후 지난 3월 24일에 807회 방송을 내보낸 피디수첩은 한국 피디저널리즘의 척추와도 같은 프로그램이다.
1983년 시작된 KBS '추적60분'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피디수첩은 황우석 사건 보도를 비롯해 광우병 문제, 교회 문제 등 성역없는 기획으로 언론의 존재가치를 고양시킨 프로그램이다. 또 "지난 19년 동안 800회의 방송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약하고도 아픈 구석을 대변해서 보여줬던 평범한 사람들이 희망을 이야기하기 가장 힘든 이 시기에 작은 소망들"(800회 특집 안내 글 중에서)을 접근해 인간의 문제를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피디수첩으로 강화된 피디저널리즘은 KBS의 '추적 60분' 등을 긴장하게 만들었고, 유사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확장시켰을 뿐 아니라 국제문제를 다룬 피디저널리즘 프로그램 'W'라는 걸작을 낳기도 했다. 또한 기존에 보도쪽에만 집중했던 방송 기자 세계에도 '시사매거진 2580'이나 '보도 다큐멘터리' 같은 탐사 저널리즘적 성향의 방송을 잉태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디수첩은 지금 탄생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최근에 긴급구속됐다가 풀려난 이춘근 피디를 포함해 두 명이 출국정지된 상태다. 현재 피디수첩에 소속된 피디들은 CP를 겸한 김환균 피디를 비롯해 10명이다. '추적 60분'도 책임피디인 홍성협 피디를 포함해 12명이 배치되어 있다.
일주일에 한 번밖에 방송되지 않지만 탐사 프로그램은 취재에 공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10명의 피디로도 업무량이 적지 않은데, 두 명이 출국정지를 당하고, 대내외적인 압력도 거세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MBC는 최근 귀국한 해외주재 피디특파원의 배치를 고려하는 등 피디수첩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피디수첩의 위기는 방송사 경영난과도 직결되어 있다. 지난 1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분기(1월~3월) MBC 광고매출이 1297억 원(전국 기준) 가량으로 지난해 2211억5800여 만 원에서 무려 914억 원(41%)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상대적으로 감소가 덜하지만 KBS도 1192억 원에서 올해 929억 원으로 22.1%(263억 원), SBS는 올해 1분기 실적이 787억 원 가량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292억 원(27%)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방송사들의 매출 감소는 곧바로 프로그램 제작인원이나 제작비에도 큰 영향을 준다. 특히 탐사보도프로그램은 방송시간에 비해 투입인원도 많고, 상대적으로 시청률도 높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KBS나 MBC는 베이징에 내보냈던 피디특파원들을 철수시켜 탐사 저널리즘의 위상을 약화시켰다. MBC의 베이징 피디특파원으로 1년 8개월 동안 활약하다가 최근 귀국한 김태현 피디는 "보도국 특파원들은 아이템을 세밀하게 접근하는 우리 피디특파원들로 인해 많이 긴장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MBC는 물론이고 KBS 피디특파원까지 철수하게 돼서 그간에 쌓은 노하우가 끊어진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