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와 수녀, 일반 시민들이 30일 저녁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열린 비상 시국미사에 참석하여 미국산 쇠고기 장관 고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촛불집회에 강경 대응하는 공권력을 규탄하는 미사를 드리고 있다.
유성호
이춘근 PD는 김보슬, 송일준 PD와 함께 위와 같은 정권 퇴진 운동의 시발점이 된 광우병 방송의 취재와 방영을 맡은 장본인이다. '눈이 올 땐 비질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실현된 것인지 오비이락인지는 알 수 없으나, 촛불 집회가 잠시 수그러들자 <PD수첩>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도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쩌면 이번 정권 들어 벌어진 여러 건의 어이없는 납치사건 중 하나일 뿐일지도 모르는 '이춘근PD 납치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춘근 PD의 검찰 출두 거부 사유를 들여다보자.
<PD수첩>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가 있었고, 이에 대한 검찰의 출두 요구를 거부한 <PD수첩> 담당 제작진의 행동은 일견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법 집행에 거부를 행사한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그동안 종교단체나 기업들을 비롯한 많은 이해단체의 소송에 시달려오던 <PD수첩>이, 유독 이 사건에만 출두를 거부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번 사건은 고소인부터 특이한 사건이었다. 농수산부 장관이,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과한 사안에 대해 언론을 고소한 것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언론이 정부 정책에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한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가 법적 대응을 하고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민주주의는 독재를 인정하지 아니한다. 대통령이 있으나, 이는 국민의 대행이지 절대 권력은 아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폭거가 있을 수도 있기에 이를 견제하기 위하여, 민주주의 국가에선 국회나, 시민단체, 또 언론 등이 감시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만약 이들의 비판에 대해 정부가 개인들에 소송을 걸기 시작한다면, 이후 누가 감히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을까? 만약 <PD수첩>의 PD들이 조사에 출두했다면, 이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모든 언론들에게 최악의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고, 언론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을 멈추면, 그 순간부터 민주주의도 멈추게 될 것이 자명하다.
<PD수첩> 팀은 이에 더해 취재한 원본 테이프 제출 또한 거부하고 있다. 원본 테이프에는 음성변조나 모자이크 처리가 없고, 제보자 신원, 또 방송에 나오지 않은 인터뷰 등 취재 도중 수집한 모든 영상자료가 들어있다.
정부 관계자에 의해 소송이 들어오고, 그때마다 정부 정책에 비판한 익명의 제보나 내용이 정부에 노출될 수 있다면, 이후 누가 내부고발을 시도하고, 언론에 제보하고, 인터뷰에 응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A라는 회사의 비리를 그 회사 사원이 언론에 비밀리에 제보했는데, A회사에 제보 내용과 제보자가 노출된다면 이후 누가 감히 비리를 제보할 수 있겠는가?
기본적으로 검찰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의해 정권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춘근PD 납치 사건'에서 보듯 무리수를 던지는 검찰을 보면, 삼권분립의 원칙마저도 그리 든든한 보루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이춘근PD 납치 사건'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정부가 소송을 걸고, 정부가 조사를 하고, 정부가 벌을 내리는 것처럼 운용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믿는다, 다시 일어설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