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추천서를...교원채용 과정에서 담임목사 추천서를 서류에 포함시킨 한 지방대 채용공고.
박주현
탈락할 줄 뻔히 알면서 능청스럽게 교수채용 정보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놓고 수시로 검색하는 건 일종의 자괴감으로부터 해방, '안 되면 될 때까지'란 허무맹랑한 구호를 강압적으로 외치곤 했던 군대문화가 아직도 몸에 배인 때문만은 아니다.
묵묵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늦깎이 박사를 만들어 준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크다. 생활전선의 최전방에 있어야 할 남편 대신 십수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남편 대신 가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내에게 늘 미안하다. 가정사의 후방에 뒤처진 남편이 이제나 저제나 바통을 이어받아 주지 않을까 하는 아내의 눈치 앞에선 쉽게 주눅 들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눈치 때문에 학위를 받은 후 거의 1년 내내 교수채용 정보를 꼼꼼히 살피며 관련학과가 있는 대학에 응시를 해보았지만 늘 허탕이었다. 성적증명서, 학위증명서, 경력증명서, 연구실적 별쇄본, 학위논문 등 그 많은 서류를 작성하고 발급받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힘든 학위 과정을 마친 예비교수들의 고충이 이렇게 큰 줄 알았다면 시작도 하지 않을 것을. 물론 실력과 능력이 부족한 탓이 크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수채용 과정에서 간과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은 대학 교양과목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면서도 교원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열악한 생활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많은 시간강사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보다도 더 심각하다.
지난해 연말 모처럼 전공에 맞는 학과의 교수채용 공고를 보고 해당대학에 응시하려는 순간,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필자가 거주하는 곳과 가까운 대학인데다 오랜만의 해당학과여서 채용도 되기 전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차 서류 가운데는 목사추천서 또는 세례교인증명서가 포함된 것. 결국 1차 서류접수에서 포기해야만 했다.
특정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이었다. 학교 측에 문의해봤지만 대학 이사장도 재단에서 파견한 사람이고 교원들도 해당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하도 기가 막혀 더는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대학 교직원은 물론 학생들도 해당 종교를 믿고 따라야만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초중고 교사들처럼 임용시험을 치르지 않고 각 대학 재량에 맡겨진 교수채용 방법은 천차만별이었다.
종단추천서가 학문연구에 그렇게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