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 점포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듯이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던 서민들을 나몰라라 하는 은행들의 영업시간 변경에 배신감을 느낀다.
한현자
시장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 장사를 마감하는 오후에 보통 입금을 합니다. 그래서 은행 폐점시간이 늦으면 늦을수록 좋습니다. 오후 4시면 시장상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은 한창 장사를 할 때입니다. 이럴 때 은행 마감시간을 4시로 맞춰놓고 이 시간까지 금융업무를 보라는 것은 은행에 오지 말라는 소리나 똑같습니다. 물론 은행직원들은 폐점시간이 빨라짐에 따라 퇴근시간도 빨라질 것입니다. 가뜩이나 은행 연봉이 다른 기업들보다 많은데, 이렇게 퇴근시간까지 앞당겨짐으로써 휘파람 불지 모르겠습니다.
'서민들은 죽어 나자빠져도 우리는 모른다', '은행도 증권사들과 경쟁하려면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 서민들 생각할 겨를이 없다' 등이 은행의 입장일 것입니다. TV나 신문에 나오는 광고를 보면 '고객 중심' 하면서 자기 은행 오라고 하면서 비싼 광고비를 들이는데 이제 광고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고객 중심이 아닌 '은행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은행중에서 시티은행과 HSBC,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기존대로 마감시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외국계 은행들이 토종 국내은행들보다 더 고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국내은행들 고객 다 외국계은행들에게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IMF때 대량 해고로 ○○은행에서 만든 '눈물의 비디오'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어려울 때 서민들이 은행에 차곡 차곡 푼돈이라고 가져다 맡기면서 은행들은 기사회생했지만, 일부 부실은행들에는 국민의 혈세인 막대한 공적자금을 갖다 메꾸며, 은행살리기에 정부도 나섰습니다. 그렇게 우리 국민들과 정부가 살려준 은행들이 이젠 국민들을 나몰라 합니다. 이거야말로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경우입니다. 고객 없는 은행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 고객 생각을 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