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 본점 문화홀에서 열린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여왕'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남주 (천지애 역)씨.
권우성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높아지면서 남성 중심적 사회 속에서 즐겨(?)사용되어 왔으며 은근히 강요되어 왔던 '내조'라는 말의 의미도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공담 속에는 '내조'라는 단어가 필수로 들어간다.
대통령을 만든 아내, 세계적인 CEO를 만든 아내, 국회의원을 만든 아내, 사회운동가를 만든 아내, 석학을 만든 아내, 법률가를 만든 아내, 예술가를 만든 아내….
남편의 성공 뒤에 숨은 아내 노력을 높이 사고 이를 미담이나 교훈으로 전해 온 사회이기에 여전히 아줌마들은 내조라는 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남편과 아이의 인생을 자신의 인생과 동일시하는 전업주부의 경우 남편 뒷바라지와 자녀들의 육아는 중요도나 영향력에 있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중요한 과업이다.
"어제는 남편 회사 단합대회라 음식 만들고, 나르고, 뒤처리하고 난리를 쳤는데 다음주는 아들 학교 소풍이라네. 선생님 도시락 준비해야지 어머니회 엄마들 간식 챙겨야지 애들 따라다니며 뒷바라지 해야지 나 정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야.""남편 회사 윗분 부인들한테 잘 보여야지. 뭐니뭐니해도 베갯머리 송사가 최고라잖아. 공연히 눈 밖에 나서 좋을 건 뭐있어? 난 애들 학교 어머니회 임원 엄마들에게도 똑같이 해. 임원 엄마들에게 찍히면 좋을 게 없거든. 엄마가 왕따되면 애들도 왕따되기 십상이고…."남편·자식 눈치 보기 바쁜 보통 아줌마는 '피곤'건강식과 영양제, 보약을 챙겨 먹이고,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도록 외모와 의상을 갖추어 주고, 시간이 없어서 챙기지 못하는 최신 시사 상식이나 중요 정보들을 스크랩했다가 전해주는 것은 물론 상사나 선생님, 또 관련된 주요 인물들의 명절, 기념일, 애경사를 적극 챙기고 평소 친분 유지를 위해 다양한 모임을 마련하며 스스로도 그런 남편과 아이들의 격에 맞는 외모와 품격을 갖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야 하는 그녀들.
남편을 위해서는 평강공주와 같은 '내조의 여왕'이 되기를, 아이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맹모나 신사임당이 되기를 마다 않는 이 시대의 극성 아줌마들. 자신은 없고 오직 남편과 자녀들의 성공만이 자신의 살길이라고 다짐하며 오늘도 발바닥에 불 나게 종종거리고 손바닥 지문이 닳도록 두 손을 비벼대는 '슈퍼아줌마'들 때문에 보통 아줌마는 피곤하다.
능력도 재능도 조건도 없기에 남편 눈치 자식들 눈치, 눈치 보기에 바쁜 보통 아줌마들. 맹모 콤플렉스, 평강공주 콤플렉스, 줌마렐라 콤플렉스에 슈퍼아줌마 콤플렉스까지…. 아! 보통 아줌마로 살기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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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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