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수구변호사가 과거사진실화해위원?

[주장] 없애고 싶은 단체에는 반동 인물 쓰는 MB 특유의 어깃장 인사

등록 2009.04.02 12:09수정 2009.04.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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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가혹하지만, 전세 들어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나도 전세 살고 있지만 집 주인이 나가라면 별 수 있나? 이주비 등 어느 정도 보장을 해줘야겠지만 입주권 받아주겠다는 식으로 욕심내는 것은 맞지 않다. 세입자가 불쌍한 존재인 것은 맞지만 왜 재벌 현장의 세입자들만 특혜를 입어야 하나?"
- 이재교 인하대 교수, 2월 10일 프레스센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토론회에서

 이재교 인하대 교수
이재교 인하대 교수문경미

과거사 청산을 위한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이재교 인하대 법학부 교수는 용산참사에 대해 이런 소감을 피력했다. 여기에는 사회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치하는 극우주의자 특유의 사고방식이 나타나 있다. 물론 이런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해서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진실화해위원회란 일제 강점기의 항일독립운동과 광복 후 민간인 집단희생, 폭력 학살 의문사 등 첨예한 사회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는 곳이다.

이재교 교수는 "나도 전세 살고 있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 세입자들을 비판했다. 이 말로 보아 그는 지금 전세를 살고 있는가 보다. 그는 34세 때인 1993년 인천지법 민사4 단독판사를 그만 두고 인천 남구 주안동에 변호사를 개업했다. 그는 불과 두 달 만에 무려 300건의 사건을 수임한다.

34세이던 당시 그는 뇌물수수 경찰관인 박아무개씨와  전과11범 오아무개씨 등 5명을 사건 브로커로 고용하여 3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썼다. 또한 그는 이른바 '전관예우'의 혜택을 톡톡히 이용했다. 결국 그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된다(한국에서 현역 변호사가 구속된다는 것은 죄질이 명백하게 나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는 대법원 최종심에서도 유죄가 확정되었고 8개월 동안 변호사 자격정지까지 받았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동안 그가 벌어들인 수임료만 해도 13억1300만 원이다(이 중에서 3억9천만 원은 브로커에게 지급했다). 그는 자격정지가 풀린 후 94년부터 2000년까지 6년 동안이나 변호사 일을 더 했다. 얼마나 더 벌었을까? 이런 그가 어떤 경위로 지금 전세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는 뒤늦게 미국 인디애나대학에 유학을 가서 석·박사를 마친다. 그러고는 2007년 인하대 법학부 교수로 부임한다. 교수가 된 그에게 <조선일보>는 칼럼 집필을 맡겼다. 그는 틈만 나면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써 올렸다. 아울러 그는 '잃어버린 10년'의 열렬한 제창자가 되었다.

뭐 하나 잘한 구석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를 만들자고 1987년에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지는 않았을 터이다.(<조선> [시론])


과거사 청산을 부정하는 사람이 과거사위원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과거사 청산의 반대론자라는 점이다. 칼럼을 더 읽어 보자.


좌파정권은 지난 10년 간 입만 열면 부의 분배를 내세웠지만 분배가 개선되었다는 얘기도 들은 바가 없다... 앞만 보고 달려도 부족한 시대에 동학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에만 매달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긴 하다.

필명을 얻은 그는 뉴라이트에 들어가 왕성하게 활동한다. 그는 '뉴라이트닷컴' 편집위원장을 거쳐 자유주의연대 부대표를 역임한다. 그는 각종 토론회에 발표자로 등장한다. 특히 그는 작년 촛불시위 때 광화문 상인들을 규합하여 '촛불피해상인집단소송'을 주도하여 정부 여당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집시법 위반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연말연시 국회 파행 때에 "현행법을 적용하더라도 폭력 의원들의 행동은 3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한다"고 말했으며, "조중동에 대한 광고주 압력 행사는 명백한 협박이자 업무방해이므로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사형제에 대해 강경한 찬성론자이기도 한 그는 '법원에서 선호하는 소송 당사자간의 화해· 조정은 정의롭지 못한 짓'이라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사람이 '진실과 화해'를 위해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조갑제와 이문열, 그리고 복거일 등에 호감을 보이는 등 역사의식과 이념이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편향된 그가 냉철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과거사 청산작업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장애가 될 것 아니겠는가?

나는 철거민이었다. 초등생이던 1972년 일가족이 서울의 어느 달동네에 전세방을 얻어 이사했는데, 나의 부모님은 그 집이 무허가로 증축된 집인 줄 몰랐다. 어느 날 구청 철거민이 들이닥쳐 가재도구를 대충 들어내더니 집을 해머로 부숴버렸다. 눈앞에서 자기 집이 해머로 부서져 내리는 것을 보는 순간 눈에서 불꽃이 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남의 건물을 무단 점거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나의 부모는 모든 게 가난 탓이라고 여기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자식을 가르쳤다.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원망할 줄 몰랐다. 불법건물을 헐지 못하게 떼를 쓰거나 가난을 남의 탓으로 여기는 것은 정도에 어긋난다는 정도의 이치는 알았다. (2월 4일 자 <조선일보> [아침논단])

이 글에는 '자기는 철거민 출신으로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여 고시에도 합격하는 등 출세를 했으니 남들도 자기처럼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아전인수식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런 집안 분위기는 그가 훗날 약육강식의 신봉론자가 되어 전관예우와 브로커 동원 등의 불법으로 두 달 만에 법률 약자들로부터 13억 원을 거둬들이는 능력을 낳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 자본주의의 모범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공인이 되어서는 안 되며 특히 '과거사청산을 위한 진실과 화해'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 극우주의자들의 공통점은 색깔론을 무기로 삼는다는 점이다. 그가 지난 2월 4일  <조선일보> '아침논단'에  발표한 '이념 장사꾼이여, 좌판을 접으라'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이런 색깔론이 잘 드러난다.

남의 건물을 점거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것은 이념장사꾼들의 잇속만 채워주는 일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정권 퇴진을 외치겠다는 사람들은 최소한 누구의 장삿속에 놀아나는지는 깨닫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 철거민의 초상집에 좌판을 차리고 이념을 팔겠다는 무리들이여, 조금이라도 가슴이 아프다면 이제 좌판을 접으라.

옛날 시인 김지하가 역시 <조선일보>에 게재한 글 '죽음의 굿판을 거둬 치워라'를 흉내 낸 듯한 이글에는 지독한 색깔론이 꽉 들어차 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여순항쟁, 4·3항쟁 등 이념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과거사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겠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이명박 특유의 어깃장 인사

아무튼 이런 노력 끝에 정부 여당의 눈에 든 그는 마침내 관직을 얻게 되었다. 야당에서는 "이렇게도 사람이 없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이명박 정부의 인물 부재를 탓하고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사람을 다른 기관도 아닌 과거사청산위원에 인선한 데에는 의도가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명박식 특유의 '어깃장' 인사방법이다. 이명박 정권은 없애고 싶은데 차마 없앨 수 없는 기관에는 그 기관의 성격과 상반되는 반동적 인물을 인사조치하는 방법을 쓰곤 한 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기관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저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초기 통일부를 없애려다 안 되니까 '통일은 없다'의 저자 남주홍 교수를 통일부장관에 인선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은 과거사청산위원회 자체를 없애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국민여론 때문에 차마 그럴 수는 없다. 그러니까 이재교 교수처럼 과거사청산을 부정하는 사람, 그리고 '진실과 화해'와는 가장 상반되는 인물을 인사 조치한 것 아닐까? 이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역사를 모독하는 짓이다. 이재교 교수의 위촉은 당장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역사팩션 <전쟁과 사람>을 연재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역사팩션 <전쟁과 사람>을 연재 중입니다.
#과거사 #이재교 #극우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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