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뉘 소여?드디어 낙찰가!
양학용
"형님, 동네 어르신들이 소박사라고 하더니, 진짜네요!"
흐흐. 기분이 좋기만 한 하상이 형님, 연신 웃을 수밖에. 둘러보니 형님네 송아지가 무게로 치자면 세, 네 번째는 가는 것 같다. 경매 표에는 몸무게와 함께 축협에서 매긴 내정가가 적혀있다. 그걸 기준으로 소 사러 온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희망가격을 적어 내면, 잠시 후에 낙찰가를 발표하고 송아지는 새 주인을 따라 트럭에 올라타는 것이다.
황소의 경우 새 주인에게 팔려 간 그날부터 살찌우기 작전에 돌입한다는데, 그건 바로, 거세! 살을 찌우기 위해 불필요한 정력을 낭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 하니, 좀 비인간…, 아니 '비가축권적'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오늘 팔려갈 어린 송아지가 그렇게 28개월 정도 자라면 '괴기'가 되어 우리 밥상에 오르는 것이다.
혹, 멀뚱멀뚱 소 눈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있는지? 막 울음이 터질 것처럼 젖은 눈, 정말이지 세상에 그보다 더 선한 눈망울은 없을지도. 이 놈 저 놈 곧 낯선 세상으로 팔려갈 녀석들의 슬픈 눈을 좇으며 사진에 담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시키지도 않은 설명을 한다.
"아, 고 놈이 좋은 손 겨. 뿔이 가늘고 뒷다리가 쭉 뻗은 놈이 제일인 겨. 250은 나올 겨."
그때였다. 사람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축협 관계자가 가장자리부터 낙찰가와 낙찰자의 이름을 적어나기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탄성을 질러대며 축하인사를 주고받는다.
동시에 송아지들의 울음소리도 커졌다. 한 놈이 울기 시작하자 다들 울어 쌌는데, 거기엔 본능적인 위기의식이 묻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