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춘화'춘란'이라고도 부른다.
김민수
몇 년 전인가, 남도에 사는 후배 교회에 들렀다가 난 화분 한 점을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그해 겨울인가 관리를 잘못해서 이파리가 다 죽어버렸다. 그래서 난 화분은 옥상 구석에 처박힌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봄, 사순 절기를 보내고 있을 때 버려진 화분에서 난 새싹이 한 촉 올라왔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며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기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난이 '나 죽지 않았어!'하고 피어났으니 얼마나 대견스러운 일인가!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죄스러운 마음에 그가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은 야산 양지바른 곳에 심어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출장길, 남도의 간벌하는 산에 올랐다가 뿌리째 뽑힌 난을 하나 주워왔다.
이파리나 보자는 마음으로 화분에 심어두었는데 올봄에 꽃대가 올라왔고, 마침내 꽃을 피웠다. 봄을 알리는 꽃 춘란, 보춘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