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실시된 31일 오전 서울 창덕여중에서 학생들이 시험문제를 풀고 있다.
권우성
#1. 학생 - "시험 왜 보는지 모르겠어요""시험이요? 왜 보는지 모르겠어요."
서울 창덕여중 3학년 A양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교실을 향해 뛰었다. 곁에 있던 친구들도 웃으며 함께 뛰었다. 불쑥 나타나 "시험 봐야 하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낯선 기자의 질문에 당혹감을 느낀 듯했다. 이번엔 교실로 향하던 B양이 고개를 휙 돌리며 묻는다.
"근데, 아저씨 기자 맞아요? 좀 이상한데... 우리 시험 보기 싫다고 써주세요! 안 써주기만 해봐.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찾아볼 거예요!"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고사(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실시된 31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창덕여중을 찾았다. 시험을 앞두고도 학생들은 밝았다. 사실 예상했던 긴장감보다 발랄함이 훨씬 넘쳤다.
하지만 학생들은 "시험 보기 싫다"는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2학년 C양은 "시험 보는 것 좋아하는 학생은 없겠지만, 1학년 때 배운 걸 왜 지금 평가하는지 모르겠다"며 "(평가) 범위가 너무 넓어 시험공부 하기도 답답했었는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학년 교실 앞에는 누군가 생일을 맞았는지 초코파이가 케이크 모양으로 쌓여 있었다. 칠판에는 낙서처럼 어지럽게 생일 축하 글이 적혀 있었다. 한 학생은 "3월에 생일 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 이거뜨라~(개그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 유행어)"라고 적었다.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모습을 '제압'한 건 오전 9시께 일제고사 준비를 알리는 종이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책상에 고개를 숙이고 시험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몇몇 교실에는 교육청에서 배포한 일제고사 홍보물이 부착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