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취직시키려다 7천만 원 날려"

여수산단 취업 사기... 액수도 3천만 원에서 1억까지 다양

등록 2009.03.31 11:02수정 2009.03.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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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대학까지 가르친 자식이 팽팽 노는 것을 옆에서 보는 부모 심정 알아요? 또 그것이 불쌍해 돈을 써 취직시키려다가 돈을 날린 부모 심정이 어쩐지 알아요?"

 

경제난과 맞물린 취업난으로 인해 88만원 세대와 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아우성이 가득하다.

 

지난 금요일, 여수시 모처에서 만난 김아무개(52)씨는 취업 사기로 "7천만 원을 날렸다"며 "돈도 돈이지만 그보다 취업 사기에 휘말린 걸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어쩌다 취업 사기에 휘말렸을까?

 

LG화학, GS칼텍스, 제일모직, 한화석유화학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입주한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수에선 이곳 대기업 노동자로 정규직에 취직하는 순간 대접이 달라진다. 수천만 원에서 억대 연봉까지 보장받기 때문이다. 하여, 지난 수십 년간 취업을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7천만 원은 있어야 인사도 하고 취직시킬 수 있다"

 

"어떤 곳에 놀러 갔는데, 사람들이 앉아 취직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내게 '모 대기업에 자리가 났다. 좋은 기회다. 3일 만에 특혜로 취업시켜 줄 테니 이참에 노는 아들 취직 시켜라'며 권했다."

 

김씨는 귀가 솔깃했다. 다 큰 아들이 노는 것보다 돈을 주고라도 취직하면 미래도 결혼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심사에서였다. 그런데 취직 조건이 있었다.

 

"취직시키려면 돈이 들어야 한다. 7천만 원은 있어야 인사도 하고 취직시킬 수가 있다. 다시 없는 자리다. 요즘에는 1억 원씩 드는데, 이 7천만 원은 적게 드는 거다."

 

그는 고민 끝에 몇몇 지인에게 돈을 융통했다. 이 돈은 정아무개씨에게 전달된 후, 모 회사 전직 총무부장 이아무개씨를 거쳐, 모 회사 임아무개씨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전화로 연락이 왔다.

 

"내일 면접이라며 '면접 준비해라'는 전화가 몇 차례 왔다. 그러나 전화만 올 뿐 막상 면접은 한 번도 없었다. 혼자 끙끙 앓다 사정을 말했더니, 취업 사기라고 했다."

 

취업사기, 3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액수도 다양

 

 금전차용증.
금전차용증.임현철
금전차용증. ⓒ 임현철

 

결국 김아무개씨는 지난 해 4월, 취업 사기를 경찰서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조사 후, 수배만 내리고 수사종결로 검찰에 송치만 했을 뿐 범인을 잡으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를 통해 그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취업을 미끼로 한 사기는 나 말고도 많았다. 그동안 쉬쉬하고 지낸 거다. 금액만도 적게는 3천만 원에서 1억 넘게 날린 경우도 있었다."

 

특히 김씨는 "알고 보면 한 뿌리인데 경찰이 해결을 못하니까 뿌리가 안 뽑혀 취업사기가 계속 터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돈을 전달받은 3명 중, 최종적으로 건네받은 임아무개씨가 도피 중이라 형사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기 때문.

 

이와 관련, 30일 여수경찰서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3천만 원이 오가는 취업사기가 있어왔고, 올해에도 몇 건의 사기가 발생했다"며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인해 사건을 전담하지 못하고 수배로 넘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피해 당사자가 협박까지 당하는 상황

 

김씨는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복장이 터진다. 그는 "노는 아들을 생각해 취직을 간절히 원했던 탓에 아직까지 꼭 뭐에 홀린 기분이다"고 항변한다. 그는 아직 7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대신 돈을 받은 3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최근 민사소송에서 "7천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08.10.2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항소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네가 죽어야 내가 편히 살 수 있겠다'는 협박 메시지까지 받은 상태"라며 분해했다. 이렇듯 7천만 원을 날린 피해 당사자가 협박까지 당하는 처지를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취직난은 오늘도 이래저래 민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

 

 민사평결문.
민사평결문.임현철
민사평결문.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9.03.31 11:02ⓒ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취업사기 #수표 #형사사건 #민사사건 #미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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