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제를 알리는 나팔을 불었습니다.
임윤수
출가 수행자인 산승이 신부를 향해 '형'하고 부르고, 신부와 스님 그리고 이들을 신장처럼 외호하고 있는 참가자들을 향해 목사가 넙죽 절을 올립니다. 종교적 편향과 신분 차별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바깥세상과는 아주 동떨어진 아름다움이 예서 저서 펼쳐집니다.
지난 28일, 봄꽃 피어나고 풍경소리 뎅그렁거리는 계룡산산하 신원사 중악단 앞마당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가부좌를 틀고 참선 중이던 선승일지라도 천근처럼 다가오는 졸음을 어쩌지 못해 깜빡깜빡 졸 것만큼이나 조용하고 한적한 신원사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얘기야'하고 불러야 할 만큼 앳돼 뵈는 어린이부터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야 할 만큼 노구인 어르신, 혈기 왕성한 청장년의 남자들은 물론 집안에서 곱게 살림이나 하며 알뜰하게 세월을 보냈을 것 같은 누이 같고 어머니 같은 여자들도 수두룩하니 남녀노소가 구색을 맞추기라도 한 듯 골고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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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세 분 성직자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배밀이 같은 오체투지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기 위해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 앞에 모였습니다. ⓒ 임윤수
신원사의 풍경은 정말 한적하고 평화롭습니다. 만개한 매화는 봄바람에 장단 맞춰 몸을 흔들고,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은 서툰 솜씨로 화전놀이라도 하는 듯 뎅그렁거립니다. 아름드리 고목이 되어버린 벚나무에는 얼마가지 않아 터져 나올 꽃망울이 올망졸망 움터있고, 죽은 듯이 엎드려있던 땅에도 온갖 잡풀과 여린 꽃들이 자글자글 돋아있습니다.
스님이 신부님을 '형'이라고 부르는 평온한 분위기 사람들이 준비를 합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오체투지에 나서는 사람들이 열어 갈 출발행사를 준비합니다. 폭신폭신 한 양탄자가 깔리는 안락한 길이 아니라, 사지는 물론 오장육부까지 아플 만큼 고행의 길이 될 오체투지의 길을 닦아갈 출발점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