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문수사. 계단을 따라 오르면 산신각과 문수전이다.
이돈삼
아스팔트 포장길이 끝나고 시멘트길이 나온다. 지리산 왕시루봉(1212m)이 우뚝 서 있다.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계곡물도 흐른다. 문수계곡이다. 옛날 지리산 빨치산들의 이동로여서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물은 여전히 맑고 깨끗하다.
계곡을 건너고 또 건너니 산길이 더욱 험해진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가면서 자동차도 거친 숨을 뱉어낸다. 초보 운전자라면 아찔할 길이다. 그 길 끝에 문수사가 자리하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에서 내린다. 왕시루봉의 자태가 늠름하다. 지리산자락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펼쳐진다. 흘러내린 산자락은 멀리 섬진강에 가 닿는다. 높은 봉우리와 산자락, 계곡 그리고 그 아래 희미하게 보이는 섬진강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평화롭다.
한때 해우소에서 똥돼지를 키워 화제가 됐던 문수사는 여러 고승이 수행한 문수도량이다. 백제 성왕 때 창건됐다가 임진왜란 때 왜군의 난입으로 파괴됐다. 그러던 1980년대 중반 요사체를 세우고 대웅전 터에 지금의 3층 목탑 형태의 대웅전을 건립했다. 화순 쌍봉사의 대웅전과 흡사하다. 층층이 올라간 단청이며 지붕이 색다르다. 대웅전 옆 계단을 오르면 산신각과 문수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