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헛짓거리

등록 2009.03.29 12:51수정 2009.03.29 16:07
0
원고료로 응원
a

계룡산 대자암으로 오르는 길. ⓒ 안병기

계룡산 대자암으로 오르는 길. ⓒ 안병기

 

눈 내리는 계룡산

대자암으로 가는 길

누가 금족령이라도 내린 걸까 

가는 길 내내

산새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눈 쌓인 산길을 

허위허위 걸어  

대자암 경내로 들어서자

전에 보지 못한

전각 한 채가 버티고 있다

침묵으로 벽체를 삼고

정적으로 기둥을 세운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전각이다 

 

문득

법당 마당가 토굴

무문관을 바라보니

문고리엔

낡은 자물쇠만 홀로 대롱거리누나  

 

새삼스러워라

그 폐문정진(閉門精進)이 

이미

눈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자물쇠가

山門을 완강하게 폐쇄하고 있음이여

 

*무문관(無門關) : 원래 중국 송나라 선승인 무문 혜개(無門慧開)가 지은 책 이름인데 지금은 수행자가 문을 걸어 잠근 채 용맹정진하는 폐문정진(閉門精進)을 이르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2009.03.29 12:51 ⓒ 2009 OhmyNews
#무문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2. 2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3. 3 길거리에서 이걸 본다면, 한국도 큰일 난 겁니다
  4. 4 전장연 박경석이 '나쁜 장애인'이 돼버린 이야기
  5. 5 파도 소리 들리는 대나무숲, 걷기만 해도 "좋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