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김양수씨는 도둑이 없는 동네라 문단속이 필요 없다고 한다.
조찬현
할아버지 집은 여수 수정동 여수세관 건너편이다. 도심 속에 있다. 노인당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니도 내고, 나도 나고" 서로 어울려 술 한 잔씩 나누는 게 유일한 낙이다. 해방 후부터 쭉 이곳에서 살았다. 63년째다. 군대생활(5년 6개월)을 빼고는 이곳을 떠나본 적 없는 터줏대감이다.
"골목 일까지 손수 내가 다했어. 쌍용시멘트 공장이 들어서면서 쫒기다시피 이곳으로 밀려왔어. 그때는 군사정권이라 변변한 보상도 없이 쫒겨 왔어. 그때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어, 지금 생각하면 참 억울하기도 하고, 서글픈 생각만 들어.""세월이 갈수록 자식들도 멀어집디다. 즈그들 살기도 바쁜께…."할아버지는 외출하면서 집 문단속도 않는다. 옆집에 사는 김양수(50)씨는 도둑이 없는 동네라 문단속이 필요 없다고 한다. 겉모습은 도심이지만 아직 이들의 마음속에는 시골의 아름다운 정서가 그대로 깃들어 있다. 할아버지 잘 챙겨달라는 말에 "맘은 있는디 잘 안돼요"라고 말한다.
"여기는 도둑이 없는 동네예요, 우리도 문 안 잠그고 살아요." "우리를 이렇게 생각해주니 너무 고맙소!"할아버지는 양복을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양복을 수년 만에 입어 여간 쑥스럽다며….
전남 여수시 한려동 주민자치센터,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잔치에 왔어요. 통장이 오라고 해서 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