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를 잃은 연방판사.
시드니모닝헤럴드
과속 벌점 3점 피하려다 날려버린 '명예' 2006년 8월, 지방법원은 아인펠드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여 부과했던 벌금과 벌점을 취소했다. <데일리텔레그래프>의 비바 골드너 법원담당 기자는 그 사실을 짧게 써서 데스크로 보냈다.
그날 데스크를 맡았던 마이클 비치 부편집장은 브레넌 교수의 경력을 기사에 추가하기 위해서 인터넷 검색창에 그녀의 이름을 입력했다. 그 순간, 믿기 어려운 사실이 확인됐다. 브레넌 교수가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자동차 뺑소니사고로 3년 전에 사망한 것.
비치 부편집장은 아인펠드에게 확인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는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테레사 브레넌 교수가 아니고, 내가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때 만난 동명이인 테레사 브레넌"이라고 정정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게 또 있었다. 이름만 똑같은 게 아니라,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기사는 보류됐고, 비치 부편집장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그 후 2년 동안 꼼꼼한 취재와 경찰 조사가 이어졌다.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언론과 경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계속해서 찾아냈고, 아인펠드는 수습불능의 미궁으로 빠져들어 갔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그 거짓말을 수습하기 위해 세상에 없는 사람까지 만들어내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것.
작은 거짓말이 키운 범죄... 세상물정 몰랐던 노인판사 마커스 아인펠드 전직 연방법원 판사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변하는 사회시스템을 제대로 따라갈 수 없는 70세 가까운 노인이었다. 또한 상급법원의 위엄이 그를 세상으로부터 오랫동안 단절시켜 세상물정에 어두웠다. 그는 시드니 곳곳에 CCTV가 설치됐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위치추적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방글라데시에서 만났다는 테레사 브레넌은 그가 만들어낸 100% 허구였다. 그렇게 잘못 끼워진 첫 번째 단추 때문에 아인펠드는 자꾸만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변해갔다. 옥죄어 오는 언론의 추적보도 때문에, 그의 두 번째 거짓말은 첫 번째 거짓말보다 더욱 정교해졌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가공인물과 아주 구체적인 내용의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그녀에게 자동차를 빌려주면서 E-태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르쳐주었고, 시드니를 여행할 만한 명소들도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의 창작은 '유령과의 대화'를 진술서에 기록한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방법원과 언론에 내놓는 진술의 구체성과 사실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는 유령의 외모까지 상세하게 묘사했다.
"그녀는 보통 키로 내 어깨에 닿을 정도였고, 날씬한 몸매에 진하지 않은 갈색 머리를 지녔다." 이어 그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북미 악센트를 사용하는 남자로부터 전해 듣는 것으로 그의 창작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의 대단원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아인펠드는 그 대목에서 운명의 날에 함께 점심식사를 한 전 방송인 비비안 첸커를 다시 끌어들였다. 첸커 어머니의 자동차를 빌려서 시드니 북쪽 도시로 갔다고 꾸민 것.
그러나 그것은 '빅브라더 시대'의 도래를 알아차리지 못한 70대 노인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미디어와 경찰은 첸커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CC-TV 당일 기록을 확인했다. 자동차는 온종일 주차장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아인펠드는 그 대목에서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법원에 유죄를 인정하고 재판을 받기로 한 것. 언론으로부터 모든 것이 다 밝혀진 다음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타고난 거짓말쟁이고 위선자였을까?
"나는 부정직한 사람 아니다...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