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식품 직원들이 냉면을 포장하고 있다.
노준형
"남들이야 가격 경쟁을 한다고 저가 밀가루로 면을 만들고 화학조미료로 육수를 만드는데, 저희는 그렇게 못하겠어요. 아마 고지식해서겠죠. 원료는 무조건 1등급을 써요. 육수도 사골 액기스, 마늘 액기스 등을 넣고 직접 끓여내 최대한 원래의 맛을 살리려 합니다. 게다가 아직 대량 생산 체계는 아니에요. 그래서 아예 가격 경쟁은 포기하다시피 했죠."
그의 말처럼 백두식품의 냉면과 육수 맛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것들과는 다르다. 우리의 혀를 길들인 화학조미료 탓에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맛이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맛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대한 천연 원료를 사용했기에 뒷맛이 개운하고 깔끔하다. 조미료 범벅의 음식들이 텁텁하고 더부룩한 뒷맛을 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느릅 자체의 향과 기운이 음식의 맛을 살려 기존 인스턴트 냉면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풍미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예로부터 약재로 자주 쓰였던 느릅나무는 소화기능을 좋게 한다고 하는데 느릅냉면 역시 먹고 나서의 불편한 포만감이 덜하다. 동의보감에서는 느릅나무의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고 부드러워 이뇨작용을 좋게 하고, 장과 위의 사열을 없앤다고 나와있다.
백두식품은 냉면 비수기인 겨울엔 느릅으로 찐빵도 만들어 판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냉면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인데, 예상외로 반응이 괜찮다. 이 대표의 어머니는 북한에서 느릅찐빵을 종종 만들어줬다고 한다.
찐빵을 만드는 데에도 이들의 고지식함은 여전한 듯 하다. 작은 동네 찐빵집에서 빵을 직접 쪄서 팔 듯 공장 한 켠에 솥을 놓고, 일일이 손으로 빚어서 쪄낸다.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지만 그 정성만큼은 곱절이다. 그래도 이러한 정성 때문인지 느릅찐빵은 김포지역 70여 군데 학교에서 급식 메뉴로 지정됐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메뉴라고 한다.
현재 백두식품이 생산하는 제품은 느릅냉면과 느릅찐빵을 비롯해 메밀을 주원료로 하는 대동강냉면, 산학협동을 통해 탄생한 우리가(家)냉면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느릅의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는 느릅차와 업소용으로 개발한 애국(만능국거리소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