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8월, MBC 아침 방송인 <이재용 정선희의 기분 좋은 날> 진행을 앞두고 정선희가 처음 맡는 아침 프로에 대해 소감과 포부를 밝히는 모습.
MBC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방송 복귀에 대한 뉴스가 하루 만에 뒤바뀌었다는 사실이다. 25일 오후 3시경, 1보를 내보낸 매체에 따르면 정선희 소속사 측은 "아직 방송 복귀에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방송가에서 러브콜이 이어진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5분, 10분 간격으로 여타 매체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제목만 달리한 후속, 추측 보도를 쏟아냈다. "서울 체류 정선희, 방송가 러브콜 지속"이란 제목은 '방송 복귀 급물살', '방송 복귀 가능성 타진', '복귀 가능한가' 등의 제목으로 바뀐 지 불과 2~3시간 만에 '복귀확정' 기사가 보도됐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양산된 기사만 40~50건.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정선희 관련 기사만 무려 140건이 쏟아졌다. 정선희 소속사와 매니저의 핸드폰에 수십 차례의 전화벨이 울렸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더군다나 자살설과 관련한 헛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이었니, 정선희의 복귀에 관한 뉴스는 연예 기자들이 열 일 제쳐두고 달려들 만한 먹잇감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정선희의 방송 복귀는 이렇게 '확정'됐다. 이미 물밑 작업이 끝난 상황이 자명해 보이지만, 그의 복귀를 다루는 미디어의 태도는 소름끼칠 지경이다. 그러니까 정선희에 대한 우려는 빛의 속도로 복귀 자체를 결론지어 버리는 이 미디어 환경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 정선희의 이름 석 자는 그 자체가 기사거리다. 일본으로 갔다오는 입출국은 물론 그의 측근이 뱉어내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가십처럼 기사화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안재환 측이 제기했던 의혹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선희의 복귀는 더 많은 가십거리를 양산해 낼 소지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또 하나의 연예인이 목숨을 끊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 아닌가.
그런 상태에서 정선희가 과연 평탄하게 방송을 진행할 수 있을까. 정선희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힘들게 했던 악플에 대해 "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길은 죽는 길뿐이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고 밝혔을 정도다. 7개월이란 시간은 대중이, 또 미디어가 정선희를 방송인 정선희로만 봐줄 수 있는 유예기간으로 과연 충분할까.
그 많은 화살, 감당할 수 있을까물론 결정은 생업이 달린 정선희 본인이 할 문제다. 방송사가 허락하고, 환영의 목소리 또한 높은데 본인이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최근까지 컬투나 김신영 등 개그맨 선· 후배가 최고의 방송인 중 한 명으로 꼽았던 정선희. 그는 분명 금의환향해야 마땅할 방송인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우려가 되는 이유는 이곳이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무리하게 보도되고, 확인 없는 루머들이 순식간에 퍼져버리는 IT 강국 대한민국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정선희 본인이 혹독했던 개인사를 떨쳐내고 방송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문 아닌 주문이 쏟아진다. 하지만 주문의 화살이 잘못됐다. 정선희 혼자의 노력으로 미디어의 과도한 관심과 일부 누리꾼들의 악플을 멈추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이제 벌떼와도 같은 미디어와 누리꾼들에게 주문의 화살을 돌려야 한다. 정선희를 잠시 놓아두자고. 누구보다 열심히 생업에 임할 한 명의 방송인을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 봐주자고. 비틀즈의 'Let it be'는 바로 이런 때 들려주고 싶은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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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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