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서부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구직자들이 한쪽 벽면에 붙은 구인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선대식
저임금에도 중소기업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중소기업에서 구인난을 겪는 분야가 주로 생산직과 연구개발직이라는 점에서 엿볼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인력 수급 관련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소기업의 26.4%가 생산기능직이 가장 부족하다고 꼽았다. 이어 연구개발직(25.0%), 현장기술직(17.8%) 순으로 많았다. 이에 비해 영업마케팅직은 10.3%, 사무관리직은 2.1%에 불과했다.
생산기능직과 현장기술직 등 생산직 노동자는 저임금은 물론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이준호 경기인쇄조합 상무이사는 "인쇄업계에는 잉크 냄새나는 오래된 영세 공장이 대부분"이라며 "생산직 초임이 보통 월 120만 원인데, 청년들이 최소 시급 4천 원인 서비스업 알바로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임금이나 근로환경뿐만 아니라 인쇄업은 비전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기존 업체도 '어떻게 하면 손 떼고 나갈까'만 생각하고 있다, 이런 현장 분위기에서 구직자가 외면하는 건 당연하다"고 전했다.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업계 생산직 초봉이 1800만~2000만 원인데, 경력 있는 30~40대 위주로 뽑는다"며 "부양가족이 있는 이들이 이 돈으로 생활하는 게 어렵다는 걸 잘 아지만, 업계가 어렵고 대기업의 횡포 때문에 더 주고 싶어도 못 준다"고 말했다.
연구개발직의 인력 수급이 어려운 이유는 지원자는 많지만 실무 능력을 갖춘 이들이 적기 때문이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인사 담당자는 "신입사원 연봉이 2000만 원인데도 지원자는 많다"면서도 "뽑으면 실무 투입 전 1년 훈련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소 IT업체 관계자는 "뽑은 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구직자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학교가 실무적인 교육을 해야, 청년들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고용 88% 책임지는 중소기업 놔두고, 정부는 대기업만 지원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중소기업 구직난과 청년 구인난을 해결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인력 수급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정부 건의 사항은 모두 22개에 달했다.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지원수준 상향 조정 ▲중소기업 고용환경개선 지원금 확대 ▲중소기업근로자 복지혜택 확대 등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소기업 홍보 강화 요구도 많았다. 한 IT기업 관리부장은 "국가·지방자치단체·학교가 적극적으로 우수한 중소기업을 홍보하고 구직자와 연결시켜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등 경영환경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준호 상무이사는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가 중소기업"이라며 "정부는 최저가 입찰제를 제한하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법'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대기업만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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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800만원 회사도 번번이 떨어져 눈높이 낮췄는데 어디까지 낮춰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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