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에 핀 장미꽃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마사코씨.
박지호
미국 LA에 있는 대형 한인교회인 동양선교교회의 주차장 확장으로 35년 동안 살아왔던 주거지에서 내몰리게 된 재미 일본인 마사코 모치주키(73)씨. 그는 자신을 '나무'에 비유했다. 35년 동안 한 집에 살면서 깊이 뿌리내렸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이 교회는 주차장을 확장하기 위해 예배당 뒤편에 있는 4개의 아파트 건물(총 40가정)을 사들였다. 그리고 작년부터 거주자들에게 퇴거를 종용해 현재까지 38가정이 아파트를 떠난 상태다. 최근까지 장애인과 노인 등 5가정이 남아 있었으나 교회 임원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3가정은 떠났고 1가정은 거주지를 물색하고 있다. 마사코씨만 마지막까지 남아 퇴거를 거부하고 있다.
마사코씨가 집을 떠날 수 없는 이유마사코씨는 그 교회가 들어서기 전인 1974년부터 이곳에 살았다. 결혼하면서 마련했던 신혼 보금자리다. 자녀가 없는 마사코씨는 10여 년 전 남편마저 교통사고로 잃었다. 뇌출혈로 두 번이나 쓰러져 몸마저 성치 않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지금껏 돌보고 있다. 세금법을 공부해 매년 노인들의 세금 환급을 돕고 있고,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나누어주는 봉사활동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이사 갈 곳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마사코씨가 집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마사코씨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 집을 떠나는 게 두렵고 힘들다고 했다.
"이 집은 제 신혼의 단꿈이 묻어 있는 곳이고 제 고향 같은 곳입니다."그가 이사 오면서 마당에 심은 장미 나무 5그루는 마사코씨만큼이나 이 집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 매년 장미꽃이 필 무렵인 이맘때면 마사코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부터 연다. 마당에 핀 장미꽃을 보기 위해서다.
"이 장미들은 제 자식이나 다름없습니다. 좀 있으면 또 꽃을 피울 겁니다. 그런데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이 장미 나무를 시멘트로 덮어버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그냥 살게 해주는 게 저를 돕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