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힘을 주고 있는 나를 아내는 재미있다고 카메라에 담았다.
홍광석
한 번도 경운기를 다룬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시골 할머니들도 몰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기에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았다. 시동 걸고 몰고 가는 일이야 그런대로 눈짐작으로 따라할 수 있었지만 밭가는 일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기어를 1단에 넣고 천천히 움직여도 경운기는 제멋대로 가고 특히 회전을 할 때는 회전 반경을 예상하지 못해 경운기가 콩밭으로 달려들었다. 어렵게 후진 기어를 넣고 간신히 빠져나오니 경운기는 이미 예정된 코스에서 벗어나 있었다.
갈아엎은 땅을 다시 갈고, 경운기의 방향만 제대로 잡아주고 따라만 가도 될 것인데 나도 모르게 잔디 깎는 기계를 밀듯 경운기를 미는데 힘을 썼으니 지치지 않을 장사가 있을 것인가? 불과 200 평의 밭을 가는데 2시간 넘기고 보니 시간은 오후 4시로 접어들고 있었다.
내손으로 밭을 갈 욕심과 금방 끝나겠지 하는 안이함 때문에 점심을 미뤘더니 완전히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어설픈 농부가 스스로 업그레이드라도 된 것처럼 생각되고, 진짜 농부가 되는 한 단계의 의례를 통과한 것처럼 흐뭇했던 까닭은 내 피에 흐르는 쟁기질의 유전인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