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D-2 정동영 "나는 죄인... 환영행사 자제를"

원외 386 "출마명분 없다" 반발... 민주당, 혼란 속으로

등록 2009.03.20 15:03수정 2009.03.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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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자료사진).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자료사진).유성호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자료사진). ⓒ 유성호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상임고문의 귀국을 이틀 앞두고 찬반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민주당이 극심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당 지도부가 '전주 덕진 전략 공천' 결정으로 사실상 공천 배제를 천명한 가운데 당내 주류측 386 원외위원장들은 정 상임고문의 재보선 출마 의지를 꺾기 위한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최규식·박영선 의원 등 친정동영계의 반발이 강하고, 민주연대와 구 민주계 등 당내 비주류도 '정동용 포용론'을 내세우고 있어 마찰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당이 둘로 쪼개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386·친노 "당 내분이 재보선에 도움 되나"

   

정봉주, 임종석, 우상호, 오영식 등 민주당 386 전직 의원과 지역위원장 66명은 20일 오전 성명을 내고 정 상임고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범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친노'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도부와 상의 없이 해외에서 일방적인 출마선언을 한 정 상임고문의 행보는 누가 봐도 부적절했으며 명분이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들은 "정 고문은 국내의 정치상황이 안타까워 힘을 보태고 싶으셨겠지만, 당에 도움이 되기보다 내분에 휩싸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며 "당이 이렇게 뒤숭숭해진 것이 재보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간절하게 묻고 싶다"고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또 "정 상임고문이 (재보선 출마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말은 '재검토 요구'지만 사실상 출마 포기를 선언하라는 압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김부겸, 이광재, 최재성 의원 등 현직 국회의원 10명도 성명을 통해 "정동영 전 장관의 고향 출마 선언은 국민 정서와 당원의 바람을 저버린 매우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부겸 의원 등은 "당과 상의 없이 개인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앞세우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누구도 당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활기 띤 '정통들'... "인천공항 모이자"

 

하지만 정 상임고문의 귀국을 이틀 앞두고 친정동영계의 반발이 두드러지면서 '친DY-반DY' 대결 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1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전주 덕진 전략공천 결정이 개인적 욕심에서 비롯됐거나 특정인의 공천배제로 당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 당 지도부의 결정에 의심을 나타냈다. 최규식 의원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정동영을 빼놓고 어떤 승리의 비책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털어놨다.

 

당 비주류와 구 민주계도 당내 갈등을 우려하면서 '정동영 포용론'을 들고 나왔다. 민주연대 공동대표인 이종걸 의원은 19일 "최악의 경우 정동영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서 무소속 출마해 당선된다면 전주 지역은 완전히 분열된다"면서 "결국 분당이다"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이번 재보선 정국을 통해 정 전 장관 이외에도 이해찬, 손학규 등도 속속 당에 들어와야 한다"며 "당에 좀 더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곽에서도 정동영 출마 선언을 환영하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정 상임고문이 출마했던 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회 소속 당원들은 "정 상임고문의 출마를 적극 환영한다"면서 "전주 재선거 당선을 위해 총력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동작을 당원들은 '정동영 대통령 후보 귀국환영준비위원회'를 구성해 22일 정 상임고문 귀국에 맞춰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정동영 지지자들의 모임인 '정통들'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정통들'은 벌써부터 각 지역별 모임을 열고, "22일 인천공항으로 모이자"고 독려하고 있다. '정통들' 사무처 관계자는 "당일 인천공항에 얼마나 올지 아직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적어도 수백명은 모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동영, 동작을 지역위원장 사퇴... 덕진 출마 뜻 꺾지않은 듯

 

한편 정 상임고문은 19일 오후 3시께 이미경 사무총장에게 동작을지역위원장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는 정 상임고문이 안팎의 비판에도 '전주 덕진 출마' 의지를 꺾지 않았음을 뜻한다. 사퇴서를 받은 이 사무총장은 정세균 대표에게 보고했고, 정 대표는 "일단 사퇴처리를 하라"고 지시했다.  

 

정 상임고문이 출마 뜻을 꺾지는 않았지만, 귀국을 앞둔 고민은 깊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 상임고문이 20일 오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환영식을 자제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점이 그의 현재 심경을 일부나마 보여주고 있다.

 

정 상임고문은 이날 '정통들' 사무처에 전화를 걸어 "언제나 죄진 자, 빚진 자의 심정"이라며 "인천공항에서의 풍성하고 화려한 환영은 가당치 않다"고 '환영행사'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일 정 상임고문의 귀국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지지자들이 몰려들 것으로 보여 인천공항은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정 상임고문은 22일 미국발 한국행 비행기로 오후 4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2009.03.20 15:03ⓒ 2009 OhmyNews
#정동영 #4.29 재보선 #전주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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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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