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랑 놀 애들, 여기 다 붙어라"

안성 아줌마 5인방 올해도 '9기 서운산 자연학교' 열어

등록 2009.03.19 16:35수정 2009.03.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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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송이 밤송이가 떨어지는 것을 본 아이들과 교사가 웃음 폭탄이 터졌다.
밤송이밤송이가 떨어지는 것을 본 아이들과 교사가 웃음 폭탄이 터졌다.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 밤송이 밤송이가 떨어지는 것을 본 아이들과 교사가 웃음 폭탄이 터졌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학교 좋아하는 학생이 거의 없지만, 이 학교에 가면 생각이 싹 달라진다.  바로 안성 '서운산 자연학교'. 2000년도부터 시작한 이 학교가 벌써 9년째를 접어들고 있다. 이 학교를 보면서 세상에 이런 좋은 학교가 또 있을까 싶은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년 4계절을 아이들과 함께

 

다른 환경단체에서 시행하는 '자연 캠프'나 '자연학교'가 꽤나 되지만, 이 학교는 벌써 스케일이 다르다. 봄이 시작하는 4월부터 가을이 무르익는 10월까지 7회에 걸쳐 자연학교가 이루어진다.

 

2009년도엔 4월 25일 첫 만남에 모집된 초등학생은 한 달 간격으로 만나서 10월 10일에 마지막 만남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거기에다가 겨울이면 '온 가족과 함께 떠나는 철새기행'에서 또 만나게 되니 1년 4계절을 자연과 학생과 교사가 만나게 되는 셈이다.

 

나무 참가한 남자 아이들이 나무에 난 한 점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나무참가한 남자 아이들이 나무에 난 한 점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 나무 참가한 남자 아이들이 나무에 난 한 점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뜰채 한 남자 아이가 뜰채에 잡힌 고기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뜰채한 남자 아이가 뜰채에 잡힌 고기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 뜰채 한 남자 아이가 뜰채에 잡힌 고기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이런 전통이 9년째 이어지다보니 2000년도 시작할 무렵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아이들이 이제 군대를 가고, 대학을 가고 직장을 간다. 아직 환경운동 계통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거나 환경운동을 본격적으로 할 나이는 아니지만, 자연의 소중함을 어릴 적부터 몸으로 체득한 '자연의 친구'들로 커가고 있다.

 

"전국 최고의 자연교사들"

 

이 학교에서 지도하는 교사들은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의 회원이면서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생태안내자 교육 강사'로 초빙 받을 만큼 이론적으로 실력이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10여년 세월에 걸쳐 안성의 서운산, 안성천 등의 자연을 제 집 드나들 듯 출입하고 관찰하고 연구했기에 그 누구보다 안성의 자연을 세세하게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정과 정성도 대단하다. 평상시엔 평범한 주부로서 사는 그들이지만, 1년 내내 이 학교에 대한 고민과 연구의 끈을 놓지 않는다. 프로그램 작성과 준비, 그리고 현장에서의 진행을 그들이 도맡아 한다. 그렇다고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1~2년도 아니고 10년이 다 되어 가는 세월을 하나같이 그렇게 하는 것은 오로지 '자연을 아이들 품에 안겨 주자'는 열정 하나 때문이다.

 

5인방 서운산 자연학교의 교사들은 모두 집에서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다. 이들 5인방이 자연학교를 기획, 준비, 실행 등을 한다. 올해도 4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 왼쪽부터 최미아, 박명순, 송미향, 허필임, 송숙씨다.
5인방서운산 자연학교의 교사들은 모두 집에서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다. 이들 5인방이 자연학교를 기획, 준비, 실행 등을 한다. 올해도 4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 왼쪽부터 최미아, 박명순, 송미향, 허필임, 송숙씨다. 송상호
▲ 5인방 서운산 자연학교의 교사들은 모두 집에서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다. 이들 5인방이 자연학교를 기획, 준비, 실행 등을 한다. 올해도 4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 왼쪽부터 최미아, 박명순, 송미향, 허필임, 송숙씨다. ⓒ 송상호

 

"전국 최고의 교사들"이라는 찬사는 다름 아닌 이 학교에 보내는 한 학부형의 목소리다. 실력도 열정도 정성도 어느 것 하나 그런 말을 듣기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놀이와 먹을거리가 특별하다.

 

이 학교를 아이들이 좋아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역시 놀이와 먹을거리가 특별하다는 것을 빼놓을 수가 없다.

 

여기에선 아이들이 놀이와 학습을 주도한다. 여기의 교사들은 "교사는 다만 마당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스스로의 역할을 규정짓는다. 아이들은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놀이와 학습을 하게 되고, 교사들은 비록 준비된 프로그램이 있어도 잠시 접어두고 팍팍 밀어주는 쪽을 선택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이 없는 자연 공간에서 뿜어 나오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교사조차도 창출해낼 수 없는 것이라는 걸 교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다.

 

벌 한 남자 아이가 꿀벌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한 남자 아이가 꿀벌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 벌 한 남자 아이가 꿀벌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물놀이 아이들이 자연공부보다는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
물놀이아이들이 자연공부보다는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 물놀이 아이들이 자연공부보다는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또한 이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간식과 과자는 일체 금물이다. 물 하나 달랑 들고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나머지 간식은 교사들이 안성 들녘에서 직접 캔 쑥을 가지고 '쑥설기'를 만들기도 하고, 제 철에 난 고구마와 감자 등을 교사들이 일일이 삶아서 준비한다. 때론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해서 먹기도 한다. 사과나 고구마 등도 껍질 채로 주면 아이들이 알아서 다 먹게 하는 것도 이 학교만의 특별한 광경이다. 엄마들이 더 많은 자녀들에게 정성을 준다는 것이 기본 콘셉트이다.

 

천의 자연이 스승이 되는 학교

 

여기에 참여하는 아줌마 교사들에게 안성 서운산 자연학교의 최고의 장점이 뭐냐고 물으면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안성에 있는 자연들이 자연학교를 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라고 대답한다. 안성에 있는 서운산과 안성천 등이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천의 자연'이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의견인 것이다.

보기 렌즈로 여학생들이 나무를 관찰하고 있다.
보기렌즈로 여학생들이 나무를 관찰하고 있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 보기 렌즈로 여학생들이 나무를 관찰하고 있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느낌 지금 아이들과 교사는 낙엽 더미에 누워서 자연을 느끼는 중이다.
느낌지금 아이들과 교사는 낙엽 더미에 누워서 자연을 느끼는 중이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 느낌 지금 아이들과 교사는 낙엽 더미에 누워서 자연을 느끼는 중이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실제로 서운산은 그 일대에 있어서 가장 높은 해발 547.4m의 명산이다. 서운산은 각종 식생이 아주 다양하고 풍부하다. 산 이쪽입구에는 마둔 호수와 천년 사찰 석남사가 있고, 산 저쪽 입구에는 청룡호수와 천년 사찰 청룡사가 있다. 그 산이 좋은 등산객들은 하루에도 수십 명이 거의 매일 이용을 하는 곳이다.

 

안성천의 경우 한 때 오염이 심각해 고기들조차 못 살았던 곳이었지만,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과 안성시민, 그리고 안성시청이 다 함께 노력해 살려낸 소위 '돌아온 하천'이다. 지금은 거기서 강태공들이 낚시도 하고, 여름이면 마을 아이들이 멱을 감는 곳이 되었다. 또한 안성천 둔치를 안성시민들의 생활 공원으로 이용된 지가 오래되었다.

 

이렇게 좋은 서운산 자연학교가 곧 '개봉임박'이다.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자연과 놀며 배우고 싶은 아이들은 여기로 다 모여라"라고.

요리 이 학교에서는 모든 음식이 자연음식이고 제 철 음식이다. 사진은 아이들과 교사가 직접 부침개를 만드는 중이다.
요리이 학교에서는 모든 음식이 자연음식이고 제 철 음식이다. 사진은 아이들과 교사가 직접 부침개를 만드는 중이다.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 요리 이 학교에서는 모든 음식이 자연음식이고 제 철 음식이다. 사진은 아이들과 교사가 직접 부침개를 만드는 중이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쓰기 숲속에 엎드려서 글을 쓰고 있는 한 여학생의 모습이 앙증맞다.
쓰기숲속에 엎드려서 글을 쓰고 있는 한 여학생의 모습이 앙증맞다.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 쓰기 숲속에 엎드려서 글을 쓰고 있는 한 여학생의 모습이 앙증맞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8일,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2009년 제9기 안성 서운산자연학교 학생모집


활동기간 : 2009. 4. 25~10. 10 (매월 1회씩 총 7회)

모집기간 : 2008. 3. 10~4. 17까지 선착순 마감.

대상 : 초등학교 전 학년 인원 45명

참가비 : 11만원(회원 10만원)

접수 및 문의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ecoansung.or.kr, 031-676-0700

2009.03.19 16:35ⓒ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18일,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2009년 제9기 안성 서운산자연학교 학생모집


활동기간 : 2009. 4. 25~10. 10 (매월 1회씩 총 7회)

모집기간 : 2008. 3. 10~4. 17까지 선착순 마감.

대상 : 초등학교 전 학년 인원 45명

참가비 : 11만원(회원 10만원)

접수 및 문의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ecoansung.or.kr, 031-676-0700
#서운산자연학교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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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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