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출신이 철도공사 사장 웬말!"

[현장] 허준영 전 청장, 대전역서 두 시간 발묶인 까닭

등록 2009.03.19 15:27수정 2009.03.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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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낮 12시 15분 경 고속철도를 이용해 대전역에 도착한 허준영 코레일 신임 사장이 열차에서 내려서고 있다.
19일 낮 12시 15분 경 고속철도를 이용해 대전역에 도착한 허준영 코레일 신임 사장이 열차에서 내려서고 있다. 심규상

 대전역에 도착한 허준영 코레일 신임사장
대전역에 도착한 허준영 코레일 신임사장심규상

취임식에 참여하기 위해 정부대전청사로 향하던 신임 허준영 코레일(철도공사) 사장(56, 전 경찰청장)이 두 시간 동안 대전역에서 발이 묶였다.  철도공사 노조원들이 최악의 코드인사라며 취임식장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19일 오후 2시 정부대전청사에서 예정된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속철도를 타고 이날 낮 12시 15분 대전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허 사장은 2시 35분경에서야 취임식장에 들어섰다.

허 사장이 대전역에 도착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 100여 명이 허 사장을 가로막았다. 허 청장은 도착 직후 경찰들의 경호를 받으며 VIP이용 통로를 통해 미리 준비한 승용차편으로 취임식장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허 사장이 승용차에 오르기 위해 건물을 빠져 나오자 노조원들이 "해도 너무한다" "낙하산 인사 반대한다"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외치며 출입문을 막았다.

 철도공사 노조원 100여명이 최악의 코드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허 사장의 출입을 가로막고 있다.
철도공사 노조원 100여명이 최악의 코드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허 사장의 출입을 가로막고 있다. 심규상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낙하산 인사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낙하산 인사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심규상

허 사장은 대전역에 마련된 대기실에 잠시 휴식을 취하다 12시 40분경 대전역의 다른 남쪽 출구를 이용해 몰래 빠져 나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이를 눈치채고 막아서자 다시 대전역 대기실로 되돌아갔다. 허 사장은 번번히 가로막히자 남쪽 출구를 포기하고 오후 2시 11분경 대전역 동남쪽 출구를 통해 대전역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한때 경찰과 노조원들이 뒤엉켜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 측은 이날 대전역 광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3만 철도직원은 현 정부 들어 최악의 코드인사가 단행된 오늘을 결코 일지 못할 것"이라며 "참으로 슬픈 날"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기업은 국민을 위해 존재함에도 국민들은 경찰 출신이 왜 철도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며 "공기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기 사람을 찍어 내리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허 사장이 시위대를 피해 몰래 대전역 또 다른 남쪽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가려다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노조원들이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허 사장이 시위대를 피해 몰래 대전역 또 다른 남쪽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가려다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노조원들이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심규상

 몸싸움 도중 뜯겨진 경찰 계급장
몸싸움 도중 뜯겨진 경찰 계급장심규상

노조 측은 "허 전 경찰청장은 2005년 시위진압과정에서 농민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도중하차했고 TK 출신에 이 대통령의 학교 후배이자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친 정부인사"라며 "공기업경영이나 철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대전역 출입구는 물론 대전정부청사의 각 출입문 앞에 대기하며 허 사장의 출입을 저지하려 했다.

이처럼 노조 측이 강도 높은 반발은 허 사장의 임명으로 철도공사가 낙하산 천국이라는 오명이 굳어졌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현 김해진 철도공사 감사는 대통령인수위원회 전문위원과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를 역임한 바 있다.

이학봉 코레일 유통사장도 이명박 대통령후보 정책특보와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출신이며, 이가현 코레일 네트윅스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과 후원회 부위원장을 거쳤다.

김기태 노조위원장은 "철도직원들은 경찰 출신 사장 임명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요 역에 설치한 경찰 출신 사장 반대 현수막과 대국민 서명을 더욱 확대하고 출근저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예정시간보다 늦게 취임식장에 도착한 허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철도인의 저력과 열정을 모아 '세계일등 국민철도'를 만들어 코레일이 제2의 기적을 울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허준영 사장은 이날 오후 2시 11분 경 대전역 남쪽 출입구를 포기하고 동쪽 출입구를 통해 대전역을 행사장으로 향했다.
허준영 사장은 이날 오후 2시 11분 경 대전역 남쪽 출입구를 포기하고 동쪽 출입구를 통해 대전역을 행사장으로 향했다.심규상
#허준영 #코레일 #철도노조 #코드인사 #낙하산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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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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