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계약자들과 시공사 만남이 '화기애애'?

건설사 제일의 덕목 '믿음'을 보다

등록 2009.03.16 18:30수정 2009.03.1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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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분양계약자들과 시공사 관계자가 만나다.
아파트 분양계약자들과 시공사 관계자가 만나다.임윤수

건설업체가 변하고 있다. 장기침체로 이어지는 건설 불경기에 생존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인 변화인 것만은 틀림없다.


적지 않은 건설업체들이 '어디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까지는 고객서비스를 내세우지만 막상 계약이 성사되고 나면 어느새 강자의 입장이 되어 소비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게 건설업계의 관행처럼 지속되었다.

지난 3월 14일(토), 대전 도안신도시 16블록에 1253세대의 아파트가 시공되고 있는 건설 현장에서는 입주예정자인 계약자 150여명과 시공사인 ㈜엘드건설의 관계자들이 만났다.

계약 이후에도 소비자를 외면하지 않는 건설사도 있다

입장을 달리하는 현안이 발생했거나 이해를 다툴 만한 문제가 있어서 만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카페에서 형성된 계약자들이 모임의 일환으로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관계자들과의 대화가 진행된 것이다.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형성된 계약자 모임이 지난 3월 14일 모델하우스에서 열렸다.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형성된 계약자 모임이 지난 3월 14일 모델하우스에서 열렸다. 임윤수

 대전 도안신도시 16블록 엘드수목토 입주예정자 모임
대전 도안신도시 16블록 엘드수목토 입주예정자 모임임윤수

 시공사인 (주)엘드건설 관계자가 계약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공사인 (주)엘드건설 관계자가 계약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윤수

인터넷 카페에서 형성된 계약자 모임이니 어떠한 법적 지위를 갖는 것도 아니고,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지만 카페운영자들이 요청한 협조를 시공사 측에서 기꺼이 건설현장 공개까지를 수용한 결과이다.


현장을 방문하기 전, 모델하우스에서 진행된 1차 모임에도 시공사측의 담당이사가 참여해 1시간여에 걸친 질의응답에 응해주었다. 건설경기의 장기 불황에 따른 불안감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계약자들이 분양률, 학교문제, 부대시설, 실내인테리어 등 평소 궁금해 하던 사항들을 송곳 같은 질문으로 다양하게 쏟아냈지만 시공사측의 답변 또한 막힘없이 이어졌다.

 시공사 관계자가 참석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가 참석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임윤수

 평소 궁금했던 사항을 질문하고 있는 계약자
평소 궁금했던 사항을 질문하고 있는 계약자 임윤수

분양률을 설명할 때는 놀이방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1층을 계약함으로 1층에도 계약자가 있다는 식으로 아주 구체적인 상황까지 설명하며 분양가구 수와 미분양가구 수를 제시하며 분양률을 정확하게 공개하였고, 자사가 결정하거나 대답할 수 없는 영역 외의 사항들에 대해서는 임기응변으로 얼버무리지 않고 그 범주를 솔직하게 설명하고 인정함으로 참석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


이구동성으로 '대접받는 기분'

자리를 이동해 참가자들이 건설현장을 방문할 때는 현장에 투입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현장소장을 비롯한 현장책임자 다수가 입구에서부터 회의실까지 배치되어 마중을 하듯 안내를 해 참가자들이 대부분 '대접받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피력하였다.

참가 인원에 비해 현장사무실에 마련된 회의실이 비좁아 적지 않은 사람들이 1시간여 동안 서 있어야 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첫 삽을 뜨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진행상황, 내년 여름으로 계획하고 있는 준공까지의 일정과 공사내역을 시청각자료를 이용해 현장감 있게 브리핑하였다.

 현장을 방문하는 계약자들을 현장 책임자들이 마중하며 안내하니 이구동성으로 '대접받는 기분'이라고 한다
현장을 방문하는 계약자들을 현장 책임자들이 마중하며 안내하니 이구동성으로 '대접받는 기분'이라고 한다임윤수

시공 과정과 앞으로의 일정이 소개된 후 내 집에 대한 궁금증이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조경을 포함한 외부시설은 물론 층간소음에 따른 보완책 내지는 해소책, 하다못해 난방용 배관자재까지 영역을 제한하지 않는 질문과 응답이 이어지던 중 작은방에 딸린 드레스 룸에는 난방이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답변이 나왔다.

공격적인 서비스를 받는 기분

이에 참석자 중 한 명이 드레스 룸에도 난방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자 답변에 나선 현장소장은 중언부언하지 않고 '설계를 변경해 드레스 룸에도 결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난방을 시공하겠다'는 답변을 명쾌하게 내놓았다.

이해타산을 달리할 수도 있는 사안이니 '설계도대로 하겠다'는 주장과 '추가 시공'을 요구하는 입장이 충돌해 자칫 옥신각신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지만 군더더기 설명 붙이지 않고 선뜻 요구대로 해주겠다는 대답은 차라리 공격적인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었다.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현장소장과 분야별 책임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질의 응답이 이루어졌다.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현장소장과 분야별 책임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질의 응답이 이루어졌다.임윤수

 첫 삽을 뜨던 시작부터 현재까지는 믈론 준공까지의 일정이 브리핑되고 있다.
첫 삽을 뜨던 시작부터 현재까지는 믈론 준공까지의 일정이 브리핑되고 있다.임윤수

드레스 룸이라고 하는 작은 공간이지만 설계를 변경해 1253세대 전체에 배관 시공을 하려면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이 따르겠지만 논리적인 요구나 타당한 주장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적극적인 반응이었다.

궁금해 물으니 꼼수라도 부리는 양 우물쭈물하지 않고 찝찝함 없이 대답하고, 무례하지 않게 설명하고 요구하니 기꺼이 받아들이니 자연스레 믿음이 생기는 분위기다. 누구 하나 믿어달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누구 하나 믿어야 한다는 걸 표현하지 않았지만 무언무형으로 전이된 믿음에 질의응답이 박수로 끝을 맺었다.

질의응답을 마친 계약자들이 현장을 방문하였다. 공사중인 현장이기에 제한된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었지만 가족의 보금자리가 시공되는 현장을 바라보는 입주예정자들의 표정은 행복빛깔 편안함이었다.

건설사들이 제시할 자구책의 으뜸 역시 '믿음'

당장이야 지방의 중소건설업체 규모에 지나지 않지만 그날, 3월 14일 입주예정자들에게 보여준 신뢰와 공격적 서비스 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중소기업들이 기업의 미래로 꿈꾸고 있을 건설 대기업으로의 발전도 신화로 거론될 만큼 어렵지만은 않은 시공사의 미래라 생각된다.

 말이나 행동으로 하는 서비스 뿐 아니라 시공에도 자신있다는 듯 기꺼이 현장을 공개해 설명하고 있다.
말이나 행동으로 하는 서비스 뿐 아니라 시공에도 자신있다는 듯 기꺼이 현장을 공개해 설명하고 있다.임윤수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런저런 정책이나 금융지원도 도움이 되겠지만 건설사들이 자구책으로 제시할 수 있는 커다란 자산 하나는 크고 작은 경제적 이윤을 챙기기에 앞서 '믿음' 담보에 거리낌 없이 드러내 놓을 수 있을 만큼의 성실한 시공이 아닐까 생각된다.

계약자들에게 믿음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회사, 그런 건설사가 시공하는 보금자리를 선택한 사람들이라면 요즘처럼 그늘진 어려움 속에서도 편안한 보금자리를 꿈꾸기에 충분한 조건이리라 기대된다.
#엘드 수목토 #도안신도시 #엘드건설 #드레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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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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