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가게인듯 가게주인과 서로 트고 지낸다며 웃음꽃이 핀다.
조정숙
결국 고르고 고른다는 것이 꽃무늬 원피스 7000원, 분홍색 치마 6000원 합이 1만3천원이다. 치마도 7000원 달라는 사장님에게 애교로 천원을 에누리한 딸.
계산하고 나오는 폼을 보아하니 가게 사장님들과도 안면이 터서 수다까지 떠는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쇼핑하러 가면 엄마랑 꼭 같이 가려고 했던 딸이 이렇게나 싹싹해지고 여우같아졌다니 나도 정말 옛날 사람들처럼 '시집가도 되겠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실 오늘 쇼핑하러 가면서 딸이 입고 간 옷도 내가 10년도 더 전에 입었던 카디건이다. 젊었을 때 입었던 카디건을 딸이 입고 보니 산뜻하니 귀엽다.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카디건을 내가 입었던 당시에도 옷이 곱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지금도 그 화사함을 잃지 않고 딸아이의 봄패션에 제격이다.
게다가 같이 입은 치마가 알고 보니 내가 입던 치마를 리폼 했단다. 유행에 뒤처지던 긴 청치마였는데 어디서 찾아내었는지 긴 부분을 잘라서 레이스 하나 달아주니 기성복 못지않은 디자인이 되었다.
옷 한 벌 사면서 환경 생각까지 했다는 딸아이가 기특하기만 한데 그러는 사이 딸은 집에 들어와서 이옷 저옷을 꺼내가며 오늘 산 옷과도 맞추어 보고 입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