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태랑초등학교 입학식입니다. <엄지뉴스 휴대폰 전송사진 #5505>
4131
지각 변동의 여파는 셌다. 물론 미리 각오는 했었다. 그러나 체감지수는 생각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지난 3월 2일 딸아이가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이의 시간표는 대충 이랬다.
첫날 입학식은 10시 등교. 1시간가량 입학식을 하고 바로 하교. 둘째날부터 수업이 진행됐다. 오전 8시 반까지 등교 그리고 오전 11시 30분에 하교. 첫 주는 그렇게 보냈다.
둘째 주부터는 4교시까지 수업을 했다. 하교시간은 낮 12시 10분. 다행히 그 주부터 급식이 이루어져 딸아이가 급식을 마치고 실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1시 정도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처음 한 달간은 유치원 다니는 제 동생보다도 더 일찍 돌아오게 된다. 처음 일주일(학교에 따라 한 달 후에 급식을 실시하는 곳도 있다)은 점심도 먹지 않고 돌아오기 때문에 누군가 항상 집에 있어야 했다.
비상, 비상...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우리 가족은 딸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리고 서로 스케줄을 긴밀히 조정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의 방과 후 시간이었다. 다행히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덕분에 시어머님께서 아이의 점심과 방과후를 돌보아주신다. 그리고 점심 이후의 오후시간은 내가 돌본다. 그리고 간식 먹이고 오후 3시경 피아노학원에 보낸다. 그러나 시어머님이나 내가 도저히 여의치 않을 때는 시아버님, 남편까지 총출동해야 했다.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것도 큰 일이다. 아직 딸아이는 학교와 집을 오가는 걸음이 서툴기 때문에 누군가 길잡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어른 걸음으로 넉넉잡아 10분 정도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만 해도 이 정도 걷는 일은 예사였다.
그러나 요즘은 바로 아파트 단지 내에 학교가 있을 정도니 아이의 걸음으로는 조금 먼 거리다. 더군다나 요즘은 여자아이 키우기가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부모들은 아침마다 아이들을 학교까지 바래다줘야 하고 하교 때에도 미리 기다렸다가 아이와 함께 돌아와야 한다.
이쯤 되면 부모는 항시 집에서 '대기중' 모드가 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아니면 아이의 등하교와 하교 이후의 시간을 책임질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
릴레이, 허들게임 같은 딸아이의 '등하교' 미션 딸아이가 입학한 후 우리 가족은 처음 4인 1조가 되어 릴레이 경주를 펼치듯 딸아이의 등하교에 온 신경을 써야 했다. '딸아이'라는 바통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달리는 기분이었다. 행여 바통을 떨어뜨릴세라, 놓칠 세라 시간을 정확히 배분하여 스케줄을 조정했다.
만약 나와 남편만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어느 한쪽이 직장을 잠시 쉬든지, 그만두어야 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하다. 유치원 다닐 때는 '종일반'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초등학교는 여의치 않다.
물론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친구의 집에 놀러간다든지, 방과 후 수업을 한다든지, 학원을 제가 알아서 간다든지 등등 요령이 생길 수 있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 첫 한두 달은 학생이나 학부모나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다. 정말 '홍반장', '우렁각시', 하다못해 '지니'라도 부르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다.
그렇다면 다른 워킹맘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첫째 토요일, 처음으로 아이의 등굣길에 따라나섰다. 그동안은 남편이 아이와 함께 가주었다. 나는 둘째아이 유치원 등원 준비와 내 출근준비로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3월초,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입대를 앞둔 논산훈련소 풍경과 흡사하다. 우는 사람은 없지만 걱정과 우려, 대견함, 혼란스러움이 담긴 말소리와 당부로 학교 전체가 들썩들썩하다. 엄마, 아빠도 보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다. 그만큼 워킹맘이 많다는 증거다.
논산훈련소 풍경과 흡사한 초등 1학년 교실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