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살고싶다며 비공개 조사도 거부하더니"

KAL 858기 사건 진상규명위 김덕진 사무국장... "김현희 기자회견은 위선"

등록 2009.03.11 17:00수정 2009.03.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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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년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김현희씨. 김씨는 11일 오전 부산벡스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다구치 야에코씨의 오빠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회의' 대표인 이즈카 시게오씨를 만났다.
22년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김현희씨. 김씨는 11일 오전 부산벡스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다구치 야에코씨의 오빠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회의' 대표인 이즈카 시게오씨를 만났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22년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김현희씨. 김씨는 11일 오전 부산벡스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다구치 야에코씨의 오빠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회의' 대표인 이즈카 시게오씨를 만났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조용하게 살고싶다며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와 '과거사 정리를 위한 진실화해위원회'의 비공개 조사 요구도 거부하더니, 오늘은 일본인 납치사실과 관련 공개적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인도주의적 인물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 자체가 위선이자 기만이다."

 

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씨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밝힌 데 대해 김덕진 KAL 858기 사건 시민진상규명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강하게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가 만약 진짜 폭파범이라면 사람을 115명이나 죽여 놓고 그런 식으로 떠들면 안된다"며 "세간의 관심이 너무 쏠려 상처를 받았다는 식이던데… 그 정도 불편함도 참지 못한다면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김 사무국장은 "김씨는 조용하게 살고 싶다며 과거사위의 비공개 조사를 거부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지난해부터 보수인사인 이동복씨한테 공개 편지를 보내고, 오늘은 일본인 납치사실과 관련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 관계를 확인하면서 마치 인도주의적 인물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 자체가 위선이자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씨는 과거사위의 조사에 응해 진실을 밝히는 데 동참하지 않으면서 언론 플레이나 하고, 이를 정부와 보수 진영이 방조하는 흐름도 있다"며 "오늘 기자회견도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일본 언론이 큰 관심을 갖는 '이벤트'인데, 이런 '이벤트'에 이용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현희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KAL기 사건은 북이 한 테러이고 저는 가짜가 아니다"라며 "유가족이 KAL기 사건을 북한이 한 테러사건으로 인정하고, 어떤 다른 목적이 없다면 그들의 요구(유가족들의 면담 요구)에 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유가족들이나 시민대책위는 공식 입장으로 KAL 폭파 사건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나 CIA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덕진 사무국장 "의혹 해소하려면 김현희씨가 직접 진상 밝혀야"

 

김 사무국장은 "당시 노태우 정권의 조사 결과가 너무나 부실하고 의혹투성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김씨에게 명쾌한 답을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며 "김씨가 여러 의문들에 대해 직접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아 의혹이 커졌다, 의혹을 해소하려면 김씨가 직접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 때 "이전 참여정부와 국정원이 본인을 가만 두지 않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이 나왔다. 김현희씨는 "지난 정부에 대해서는 지금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니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본인을 가만두지 않았다'는 건 아마 참여정부 때 국정원 과거사위나 진실화해위의 조사를 말하는 것 같다"며 "이는 사실을 조작해 뒤집어 씌우자는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과거사위 조사는 수사나 재판하는 것처럼 하자는 것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사위 조사관들을 비공개로 만나자는 것도 김씨는 거부했다"며 "이런 태도가 되레 의혹만 더 키웠다, 김씨가 무슨 자격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날 김현희씨의 기자회견에 대한 유가족들의 울분도 전했다. 일부 유가족들 가운데는 김씨의 이날 기자회견을 막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고, 일부는 외교통상부에 가서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전에 정부는 유가족들의 간절한 면담 주선 요청에도 '김씨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더니, 오늘은 기자회견 때 국가원수급 경호가 펼쳐졌던 모양"이라고 혀를 찼다.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다구치 야에코씨의 오빠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회의' 대표인 이즈카 시게오씨가 11일 오전 부산벡스코에서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씨를 만났다.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다구치 야에코씨의 오빠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회의' 대표인 이즈카 시게오씨가 11일 오전 부산벡스코에서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씨를 만났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다구치 야에코씨의 오빠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회의' 대표인 이즈카 시게오씨가 11일 오전 부산벡스코에서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씨를 만났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2009.03.11 17:00ⓒ 2009 OhmyNews
#김현희 #KAL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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