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살림 프로젝트 수업일정
권영숙
프로젝트 수업결과 발표가 있기 전날 해주는 무척 긴장된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수업으로 가지 못할까봐 한 걱정하더라구요. 왜냐면 프로젝트라는 게 몇 달 하다가 다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번 정해지면 일 년을 꼬박 해야 하니 아이로서는 긴장도 될 겁니다.
"엄마. 나 밥살림 했어.""왜? 너 옷살림 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데 밥살림으로 내가 갔어.""너 농사짓는 거 싫다며? 샘들이 밥살림으로 가래?""아니. 애들이 아무도 양보를 안해서 할 수 없이 내가 양보했어.""그래...(제가 약간 섭섭합니다.) 너 좀 속상하겠다."
"응. 하는 수 없지 뭐. 그리고 나 풍물도 양보했어.""풍물을 왜 양보해? 올해는 풍물 꼭 한댔잖아?""나도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아이들이 아무도 영어로 안가잖아. 어떡해. 내가 가야지.""왜 너만 가냐? 옷살림도 양보했잖아..."(제가 프로젝트에 이어 풍물까지 양보했다는 소리에 약간 흥분을 합니다.)"그리고 있잖아. 나 과학도 양보했어.""뭐? 과학까지?"(이 말에 짜증이 확 일어납니다.) "응. 애들이 절대 무용으로 안 가겠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갔어.""야! 너는 양보만 하냐? 아니 프로젝트도 양보해, 풍물도 양보해, 과학까지 양보해? 너 그래놓고 학교 재미없다고 할 거지?""왜 화를 내? 나라고 과학을 양보하고 싶었겠어? 내가 과학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런데 엄마가 양보하고 살라며? 그리고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하잖아. 그래서 내가 양보한 건데 잘못이야?"헉. 해주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제가 평상시 아이들한테 양보하라고 가르쳐놓고는 이제 와서 왜 다 양보했느냐고 아이를 다그치니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칭찬받을 줄 알았던 딸이 오히려 혼났으니... 곧바로 딸에게 엄마가 잘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제 마음 수준을 확연히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겨울 방학, 이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해주 방학 숙제 중에 자기 학년 아이들과 만나 노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학이 다 끝나도록 아무도 모이자고 하는 아이가 없으니 해주는 숙제를 못할까봐 걱정합니다. 그래서 제가 충고를 했습니다. '누가 해주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니가 먼저 나서서 아이들을 모아라'고요. 이때 제 마음의 핵심은 딸에게 리더십을 발휘해라,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