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 아래에 위치한 상업시설 곤자가 플라자 전경
송주민
시간은 흘러 2009년 3월. 그토록 바라던 기숙사에 '당당히' 입사해 대학생활을 시작한 09학번 새내기들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밝지 않다. 기숙사 비용이 학교 밖 숙박시설보다 비싸 많은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위 사진 속의 최신식 기숙사는 학교 자체적으로 건립한 시설이 아니었다. 민간자본으로 지은 '민자 기숙사'였다.
3월 개강과 동시에 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에 둥지를 튼 김아무개(20)씨는 "학교 기숙사 비용이 이렇게 비싼 수준인지 미처 몰랐다"면서 "주변에서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친구들보다 더 비싸, 미리 알았으면 입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서강대 민자 기숙사 비용은 한 학기 6개월간 272만원(2인실 기준·식비포함, 보증금 10만원 포함)에 이른다. 기존 기숙사(170만원·4인실)는 물론, 주변 하숙집 비용(180~200만원 안팎·재학생 및 주변 공인중개소 문의 결과)보다 높다. 게다가 1인실을 쓰려면 무려 418만원(식비 포함)을 지불해야 한다. 혼자 사용하는 원룸의 한 학기 월세(240~270만원)보다 비싼 수준이다.
헤어숍·패밀리레스토랑·택배사무소·문구점 등이 함께 입주해 있는 건국대 '쿨하우스'도 사정은 마찬가지. 기숙사 한 학기(6개월) 비용은 271만원(2인실 기준·식비포함, 1인실은 372만원)에 달하는 반면, 재학생 및 주변 공인중개소 문의 결과 주변 하숙집의 방값은 150~180만원 수준이다. 이 대학 신입생 김아무개(20)씨는 "학업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숙박비 부담까지 가중되니 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재학생들의 탄식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부산에서 올라와 현재 서울 신촌부근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한아무개(24·서강대)씨는 "기숙사는 비용이 저렴해 가난한 지방학생이 많이 이용한다는 것은 옛말이 될 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씨는 또 "새 기숙사에는 형편이 어려운 고학생들은 잘 보이지 않고 통학거리가 가까운 수도권 학생들이 상당수 입사해 있다"며 "예전과 다르게 '럭셔리'한 분위기가 나는 곳이 기숙사"라고 말했다.
실제 민자 기숙사를 운영하는 대학에서는 입사기준을 '통학거리에 관계없이 가능'이라고 정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학점을 위주로 합산해 선발하고 원거리 여부는 동점자를 가리는 수단으로만 사용한다. 통학거리·가정형편과는 상관없이 성적이 괜찮으면 우선적으로 뽑는 방침이다. 한씨는 "나 같은 사람은 성적이 된다 해도 형편 때문에 못 들어간다"면서 "학교 기숙사가 나서서 대학생들의 '주거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성토했다.
대학가 수익형 민자사업 확산... 학생들 부담은 급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