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 아래 감나무 사이로 소싸움 경기장의 모습이 외로이 놓여있다.
노준형
청도의 하늘은 청명했다. 산들은 그 하늘에 기대 선 채 청도 읍내를 감싸 안고 있었고, 구석구석에 빼곡히 심어놓은 감나무는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낸 채 다가올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 속이 꽉 찬 감이 열려 온통 붉은 빛으로 세상을 물들일 날을 기다리며.
산 중턱에 이르자, 아늑함과 평온함이 느껴지는 자태가 한눈에 펼쳐졌다. 소싸움 경기장이 외로이 자리를 잡고 있는 그곳에 청도반시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청도의 명물 청도반시는 씨가 없는 것으로 유명해요. 그런데 청도반시를 다른 고장에 옮겨 심으면 이상하게도 씨가 생긴답니다. 사람들은 토양이 좋아서 그렇다는 등 여러 가지 말을 하는데, 알고 보면 간단합니다. 감나무는 암수가 따로 있는데, 청도반시는 암꽃만 있어요. 수꽃이 없으니 씨가 생기질 않습니다. 그게 씨 없는 청도반시의 비밀이에요."농업회사법인 '감이랑' 홍상선 대표의 말이다. 대부분의 과수는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 양성화(兩性花)지만 감은 암수꽃이 따로 맺히는 단성화(單性花)이다. 청도반시는 여러 종 중에서 암꽃만 존재하기 때문에 청도반시에 씨가 생길 일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청도반시의 개화 시기가 수꽃에 비해 1주일 빨라 씨가 생길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감이랑은 농민들과 '함께' 하는 회사 청도는 감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곳곳에 감나무가 무성하다. 마당이 있는 집이 있다면 열에 아홉은 감나무가 마당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감 5개 중 하나가 청도에서 열리고, 청도 농가 70%가 감을 재배할 정도로 감은 청도의 대표적인 작물이다.
이 때문인지 청도는 감을 이용한 상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최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아이스 홍시는 물론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인 감말랭이, 감으로 만든 와인, 감잎차 등 다양한 형태의 감 가공식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현재 청도군 내 감 가공 공장은 30여 곳에 달한다. 공장 하나 없던 청도군에 감이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