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경제분석매체경제분석(김승수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커뮤니케이션북스
그는 이 책에서 영국의 미디어 정치경제학자인 피터 골딩의 말을 인용해 거대한 자본간의 융합으로 커다란 변화를 수반하고 있는 매체시장을 이렇게 비판했다.
첫째, 매체사업체의 거대화, 시장 지배적 매체는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좁히고 오히려 경쟁을 제한한다. 둘째, 매체복합체는 계열 매체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목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수용자의 눈과 귀를 막는다.
셋째, 시민 매체나 인터넷 등 매체 규모는 작지만 사회적으로 가치를 전파하는 매체는 거대한 글로벌 매체에 의해 시장에서 배척된다. 넷째, 거대 매체사업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뉴스제작에 마음대로 개입하고 통제한다.
다섯째, 저널리즘 기능보다 범죄, 오락, 명사들을 소재로 한 오락프로그램이 만연하여 정보시장을 지배한다. 여섯째, 시장 주도적인 매체가 국가의 정책을 좌우한다. 일곱째, 타임워너, 디즈니 등 미국의 글로벌 매체가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국내 매체는 이들이 공급하는 콘텐츠에 의존함으로써 매체 식민화가 더욱 심화된다.
참으로 놀라운 예견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승수 교수는 지금도 이러한 주장에 변함이 없는 듯하다. 지난 1월 21일 오전 10시 국회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재벌과 신문의 방송보도영역 소유를 반대한다'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내놓은 미디어 관련법과 이에 관한 주장에 상충되는 점이 있다고 이렇게 주장했다.
"신문과 방송을 교차소유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고용창출이 예상된다고 하고 있다. 모순이고 논리적 허점이다. 시너지 효과는 효율성인데, 효율을 꾀하다 보면 고용창출을 예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미디어의 시너지 효과는 회사에 유익할 수는 있겠지만 공익에는 반하는 것이다. 미국 보수적 공공연구소인 AEI에서는 이미 '미디어 교차소유는 안티-퍼블릭'이란 발표를 한 적도 있다."'언론'을 '금론, '권론', '사론''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라! 그는 "미디어 빅뱅이 실행된다면 미디어가 바른 말을 한다는 뜻에서 언론(言論)이라고 불러왔던 관행을 바꿔 금론(金論)이나 권론(權論) 또는 사론(私論)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며 " 경제 논리와도 대립하고, 민주주의를 위축시키는 빅뱅으로 인해 미디어시장의 낭비와 혼란이 증폭되고, 가뜩이나 나쁜 경제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처럼 1990년대 재벌들이 영화, 비디오, 음반, 케이블티비 사업에 손을 댔다가 빈털터리가 돼서 퇴출됐고, 이런 것들이 재정을 악화시켜 급기야는 우리나라를 경제 위기에 몰아넣었던 역사가 생각난다. 이런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미디어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2만개 이상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2007년 말 현재 한국의 방송 산업 종사자 수는 2만8913명으로, 2003년 이후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방송산업 종사자 가운데 48.1%를 고용한 지상파방송의 재원은 상업광고인데, 방송광고 역시 2003년 이후 매년 약 1000억 원씩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115억 원이나 줄었다. 수신료를 받는 KBS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의 매출은 방송광고가 절대적인데, 광고 매출은 재벌이나 조선 중앙 동아가 새로 진입해 매체 수가 늘어난다고 같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감소하거나 정체된 방송광고시장에서 사업자의 증가는 방송 뿐 아니라 신문사의 매출도 감소시켜 구조조정을 수반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또 재벌신문과 여당은 겸영을 허용할 경우 여론다양성과 선택권이 많아진다고 주장한다. 특히 재벌신문들은 사후규제로 편향보도나 여론 독과점을 견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후규제는 방송내용의 진실이나 선정성, 왜곡보도 등에 대한 심의와 재허가 등에 국한된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3개 보수신문이 전체 신문시장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어 여론 독과점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독과점이 방송에 그대로 전이된다면 이는 끔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여론 다양성을 외치는 독과점 세력들은 루퍼트 머독을 앞세워 꼼수를 두려 하고 있다. 차라리 '언론'을 '금론'으로 바꾸자고 대놓고 제안하는 게 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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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언론'을 '금론'으로 바꾸자고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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