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과 혼돈의 금융시장 "아무도 믿지 않는다"

3일 환율과 주가 일단 안정을 찾았지만... 불안과 공포는 여전

등록 2009.03.03 18:57수정 2009.03.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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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개입에 환율 급락... 1,552원 3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영업장에서 한 고객이 환율보드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환율은 19.70원 급등한 1,59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594.00원으로 상승했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상승을 제한받은 채 한동안 1,584~1,594원 사이에서 횡보하다 전날보다 달러당 17.90원 급락한 1,552.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당국 개입에 환율 급락... 1,552원3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영업장에서 한 고객이 환율보드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환율은 19.70원 급등한 1,59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594.00원으로 상승했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상승을 제한받은 채 한동안 1,584~1,594원 사이에서 횡보하다 전날보다 달러당 17.90원 급락한 1,552.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연합뉴스 최재구
▲ 당국 개입에 환율 급락... 1,552원 3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영업장에서 한 고객이 환율보드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환율은 19.70원 급등한 1,59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594.00원으로 상승했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상승을 제한받은 채 한동안 1,584~1,594원 사이에서 횡보하다 전날보다 달러당 17.90원 급락한 1,552.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 연합뉴스 최재구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3일 내내 금융시장은 혼란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투자자들은 멍하니 요동치는 주가와 환율 그래프를 쳐다봐야 했다. 전날(2일) 사상 최고치로 폭등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1600원까지 갔다가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개장하자마자, 1000선이 무너졌다가, 오후 들어 간신히 상승하면서 마무리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금융시장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금융시장을 사로잡은 '공황'과 '공포' 심리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과거 외환위기 당시의 금융시장을 꺼내 들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는 충고가 이어지고 있다.

 

아침에 무너진 1000선... 오후 들어 간신히 막다

 

3일 오전 9시,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각종 주식매매 단말기를 비롯해 증권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선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물론 컴퓨터 단말기 상으로 소리없는 아우성이었다.

 

"1000선이 맥없이 무너지네요"(팍스넷, 아이디 '파랑')부터 "AIG(미국계 대형보험사) 파산이라는데 우리도 그길로 가나요"(미디어 다음, 아이디 '처음처럼') 등 폭락하는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전 9시 4분께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98포인트가 떨어진 995.83을 기록하고 있었다. 외국인이 여전히 주식을 내다 팔고 있었고, 개인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주가지수는 한때 992까지 밀려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들면서,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는 인식과 함께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사들이면서 다시 올라섰다. 또 외환시장에 정부가 개입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시장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결국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6.76포인트(0.66%) 오른 1025.57로 장을 마쳤다.

 

1600원선 넘보는 원-달러 환율... 윤증현식 외환시장 개입

 

외환시장의 혼란 양상은 더 심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아침 시장이 열리자마자, 1600선을 위협했다. 이날 오전 9시 원-달러 환율은 1590원에서 거래를 시작해서 1594원까지 곧 치고 올라갔다.

 

한때 시장 일부에선 "이러다 곧장 1600원을 넘어 1700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정부쪽 개입으로 보이는 달러가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량은 5억~8억 달러 안팎으로, 그동안 2기 경제팀에서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한 물량으로 보면 가장 많은 수치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과 한국은행 외환시장팀 등에선 실시간으로 외환동향을 체크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9원 떨어져 1552.4원으로 마감했다.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 "환율 문제에 대해 코멘트 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정부는 최근의 환율 움직임에 대해 세세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적절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선 정부의 보유 달러 매도를 통한 시장 개입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뤄질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환(煥) 투기세력과 정부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자칫 외환보유고만 또다시 축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 전망 자체가 무의미"... 금융혼란은 계속된다

 

문제는 이같은 금융시장의 혼란양상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등 서유럽과 동유럽 국가의 금융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고,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둘러싼 건전성 논란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각종 실물 경기도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경기침체 양상도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을 전망하는 것 자체가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면서 구체적인 언급 자체를 꺼렸다.

 

그는 또 "그동안 알려진 각종 대내외 악재들은 이미 시장에 다 반영된 것들"이라며 "정부 쪽에선 자꾸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국내외 투자자와 전문가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9.03.03 18:57ⓒ 2009 OhmyNews
#금융위기 #3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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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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