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1. 말복날의 손수레 2 자신의 이름을 부른 20대 초반의 여성을 발견하는 순간, 재활용품이 가득 담긴 손수레를 힘겹게 밀고 가던 선호는 몹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소설가 겸 문화평론가인 선호가 손수레를 끌고 아예 재활용 자원 수거 작업 일선에 나선 것이 특별할 것도 없었다.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는 말씀을 존중하여 보면, 그것은 많고 많은 아르바이트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한 것이었을 뿐이며, 설령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쩌면 선호의 행동 표현에서 종종 나타나는 이열치열(以熱治熱) 같은 것이기도 했다. 장마 빗줄기가 일찌감치 얼굴을 감추자마자, 푹푹 찌는 경제라도 흉내 내듯이 무더위가 본격화된 7월말, 선호는 모래내 시장 곁길에 있는 실비 자장면집 '짜짬짜짬'에서 1500원밖에 하지 않는 자장면을 외상으로 먹고서 모래내 시장을 한 바퀴 돌아 복개천 쪽으로 빠져나가다가, 우연히 한 고물상 벽면에 적혀진 생소한 선전 문구를 발견했었다. '헌옷 고가 매입'. 모래내 마을 곳곳에는 불우이웃에게 전해 주기 위한 헌옷 수거함이 노란색 철통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냥 수거해 가는 것이 아니라 고가(高價) 매입을 한다니, 과연 그 값이 얼마일까 궁금해졌다. '구월 마을 재활용 자원'이라 간판된 고물상으로 들어간 선호는, 얼굴이 구릿빛으로 건강해 보이는 선(善)한 인상의 여사장에게 물었다. "얼마에 산다는 거죠?" "킬로당 200원이에요." "10킬로면 2000원, 20킬로면 4000원이네요?" "예." "옷을 사서 어디다 쓰는데요?" "가난한 나라에다 수출한대요." "하기야 새옷을 입을 꿈도 못 꿀 나라도 있을 테니, 좋게 보면 국제적인 불우이웃돕기군요." 여사장은 웃음으로 대꾸했다. "이불도 받나요?" 그때 마침 재활용 파지들을 한 짐 팔고서 긴 중고(中古) 의자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거들어 주었다. "솜이불만 안 되고 다 돼요." 그러니까 얇은 홑이불만 된다는 뜻이었다. 집에 돌아온 선호는 즐겨 입지 않는 옷을 하나하나 개켜 모아 보았다. 새 홑이불은 물론, 선친(先親)이 입던 양복, 자신이 입던 코트까지 한두 벌만을 남겨두고 모조리 보자기에 싸버렸다. 그러나, 한 벌에 싸게는 1만 원에서 비싸게는 10만 원을 주고 샀을, 보자기 가득 싼 옷가지를 양 손에 들고 가파른 고갯길을 내려가 저울에 달고 팔아보았지만, 선호가 받은 버려진 옷값은 고작해야 모두 4000원이 못 되었다. "종이는 얼맙니까?" "신문지나 책은 킬로당 100원이고요, 박스 같은 파지는 90원 해요. 그보다 떨어질 때도 있고요." 빌라로 돌아온 선호는 신문지도 모아 끈으로 묶기 시작했다. 현대사를 파헤쳐 쓸 대하소설 자료로 애써 모아둔 신문들인데, 이제 더 이상 모아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집이 언제 날아갈지 두렵게 사는 스트레스 인간 신세, 무슨 놈의 소설인가?" 그러다가 아예 잡지는 물론 단행본도 팔아버려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달려갔다. 어느새 전업소설가 생활 15년째에 접어든 중견소설가 선호, 앞으로 중진작가가 되면 이문열이나 이외수 같은 선배작가처럼 사숙(私塾)을 차릴 참이고, 그때 문하생들을 위한 도서실에 꽂아두기로 생각했던 책들이었다. "사치야 사치. 내 주제에 사숙은 무슨 얼어 죽을 사숙인가? 도서실은 무슨 말라비틀어질 도서실인가? 문학은 무슨 개소리 같은 문학인가?" 선호는 등줄기로 땀을 줄줄 흘리며 중얼거렸다. 며칠 전에 선호는 무시무시한 전보 한 장을 백성은행으로부터 받았던 터였다. 전화를 해보니, 담당과장이 무시무시하게 말했다. [계속] 큰사진보기 ▲쌓여 있는 책들온갖 종류의 책들은 작가가 역사 판단을 하는 데 소중한 자료가 된다.김선영 덧붙이는 글 | 몇 년 전에 완성해 놓고 출간하지 않고 있던 소설인데, 최근의 달라진 모습을 덧붙여서 많은 부분 개작해 가며 연재한 뒤에 출간하려고 합니다. 가난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그려질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몇 년 전에 완성해 놓고 출간하지 않고 있던 소설인데, 최근의 달라진 모습을 덧붙여서 많은 부분 개작해 가며 연재한 뒤에 출간하려고 합니다. 가난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그려질 것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모래마을 #모래내시장 #신용불량 #연체 추천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선영 (josungokho)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조정래 <아리랑>이 일깨워준 독립정신과 민족 자존심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연재소설] 모래마을 사람들 2회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