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미쳤다.'
2일 서울 외환시장을 두고 나온 말이다. 3월 첫 거래일,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대혼란' 그 자체였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한때 1600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했다. 주가도 4% 넘게 폭락해, 1000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시장 일각에선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퍼지며, 사실상 금융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의 공황상태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씨티뱅크가 국유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미국 내 상업은행의 금융부실 우려와 경기침체 가속화, 서유럽 금융권의 부실과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국가부도) 위험 등 대외 여건이 최악이다.
이러한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세계 경기침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최악의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국내 산업생산도 2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생산감소→고용축소→실업증가→소비감소→기업이익 감소→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환율 다시 최고치 갱신...11년 만에 원화가치 대폭락
3월 첫 거래일, 금융시장 곳곳에서 대혼란이 벌어졌다. 오전 주식과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달러를 사자는 매수세가 급증했고, 주가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596원까지 치솟았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미국 증시 하락 등으로 어느 정도 오를 것이라고 봤지만, 오늘 하루에만 이 정도까지 오를 것이라곤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쪽에서 달러를 내다 판 것으로 보이는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은 1570.3원으로 거래를 끝냈다. 이 금액 역시 1998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그만큼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크게 폭락한 것이다.
특히 외국계 투자은행 등에선 원-달러 환율이 1600원선을 넘어 17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투자 게시판 등에선 누리꾼들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000원까지 달했던 환율을 들먹이며, 외환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가 1000선도 위태롭다... 산업생산 마이너스 25% 최악
이러한 환율 폭등은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끼쳐, 코스피 지수도 4% 넘게 폭락해 1018.81로 마감했다. 외국인들이 4000억원 이상 국내 주식을 내다팔면서 주가를 끌어내렸고 이는 다시 환율상승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날 주식시장의 하락은 지난 주말 미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7000선까지 밀려난 것과 미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6.2%나 감소했다는 소식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
게다가 통계청에서 내놓은 '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광공업 생산이 작년도 같은 달에 비해 25.6%나 떨어져 3개월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주식시장의 불안은 더욱 커져갔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침체의 가속화에 따라 수출이 급감하고, 그로 인해 산업생산이 위축되고, 이는 다시 고용 악화로 이어지면서 경기 악화에 대한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오문석 LG 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경제의 침체로 수출이 감소하고,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면서 앞으로 고용악화가 우려된다"면서 "고용사정이 악화되면, 임금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9.03.02 16:4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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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미쳤다... 3월 첫 거래일, 금융시장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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