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지난 2월 25일 "고용 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 회의 결과 30대 그룹이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최고 28%까지 차등 삭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남소연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지금은 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국민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지금은 친기업(business friendly) 정책이 필요한 때가 아니고, 친국민(people friendly)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민을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위기 시에는 더 그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재계의 어떤 지도자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 삭감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언필칭 친기업 정책이란 이런 주문에 응답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친국민 정책을 가슴에 담고 있는 지도자는 다르게 행동할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정책은 어떨까요?
"기업들은 현재의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국가가 정하는 임금 수준 이상을 지급하라. 이를 위반하는 기업에는 큰 벌금을 물릴 것이다. 반대로 신규로 고용을 늘리는 기업엔 큰 상을 내릴 것이다."
이것이 발상의 전환입니다. 현실성이 없다고요? 그것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것이 정책입안자의 몫입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수십조원 규모의 추경을 이런 곳에 쓰면 안 되는 것인지요?
대졸 초임 삭감이 아니라 등록금 삭감이 먼저또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학교에 몸담고 있다 보니 청년 실업의 문제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목도하게 됩니다. 큰 뜻을 품고 하늘을 날아야 할 젊은이들이 실의에 젖어 PC 방을 전전하는 모습은 목불인견입니다. 특히 생활이 어려웠던 학생들은 학자금 융자를 받아 가면서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는 그 돈을 갚지 못해 자칫 신용불량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과연 이런 사람들에게 대졸 초임을 깎아서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는 것이 해답일까요? 물론 그것이 PC방을 전전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그러나 과연 그런 정책이 젊은 사람들의 자부심과 의욕을 북돋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것보다 다음과 같은 정책은 어떨까요?
"지금부터 국가가 모든 대학교 등록금의 절반을 대신 지불한다. 그 돈은 학생이 (졸업 후가 아니라) 취업하게 된 시점부터 10년 동안 나누어 상환한다."솔깃한 발상이지만 돈이 많이 들 거라고요? 정말 그런지 한 번 아랫사람에게 계산을 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위기를 극복하려면 거시 경제적인 안정도 중요하고 경기부양책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섣부른 경기부양책은 때때로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금리인하가 그 좋은 예입니다. 정부는 시중 실세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계속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이에 호응하여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추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정책금리는 자본의 해외유출 가능성을 감안할 때 거의 바닥수준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이제 통화당국이 일반적인 통화 공급 증가를 통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금리인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처럼 과도하게 팽창한 통화가 초래할 또 다른 경제적 불안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힘이 없어 휘청거리는 경제를 뒤흔들어서 무엇을 어쩌려는지 정말 알 수 없습니다.
녹색 뉴딜 핵심, 토목공사 아니라 친국민 정책 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