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 녹슨 철모로 막을텐가?

미 국무부, 인권현황보고서에 한국의 대체복무제 지적 ... 하급법원, '병역법' 위헌법률신청도 늘어

등록 2009.03.02 13:20수정 2009.03.02 13:20
0
원고료로 응원
매년 국무부는 국가별인권현황보고서를 작성하여 의회에 제출한다. 이 보고서는 세계인권선언에서 규정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개인의 권리, 민권, 정치적인 자유, 근로권을 주제로 다룬다. 해당국의 국가기관과 NGO(비정부 기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무부 장관이 직접 발표를 한다.

올해 2월 25일 발표된 국가별인권현황보고서에는 대한민국의 2008년 인권 관행에 대한 보고서 중 '정치범 수용자와 억류자' 항목이 있다.

정치범의 숫자를 산정하는 것은 어려운데, 이는 당사자들이 표현과 집회의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체포되었는지 아니면 폭력행위나 첩보활동을 한 것으로 인해 체포되었는지 때때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부기구인 민가협은 12월 현재 정부가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74명을 수감하고 있으며 군복무 거부로 유죄선고를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399명을 수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수감된 경우는 없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기타 입영거부자들이 법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매년 '국가별인권현황보고서'와 함께 '국제종교 자유 보고서'도 발표를 하는데, 위보고서 중 후자에서는 수년째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종교의 자유 제한' 항목에서 다루어 왔다. 그런데 이번 인권현황보고서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치범 수용자와 억류자' 항목에서 서술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제1장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편의 일부다. 정치범이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간의 존엄성 존중'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도 최고의 가치를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이렇듯,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은 분명한 인권침해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이핑계 저핑계를 만들어서 처벌만을 계속하고 있다.

더 한심한 쪽은 개신교계의 지도자들이다. 원시 기독교인의 전통인 양심적 병역거부를 계승키는커녕 이단(?)의 짓거리로 폄훼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국가가 있어야 종교가 존재할 수 있다'며 무식을 자랑하고 있다. 신의 존재가 종교의 전재임에도 이를 스스로 부인하고 있다.

중세기 교권(敎權)이 우세일 때는 국권(國權)을 압박하며 제정(祭政)일치를 부르짖다가 힘을 잃게 되자, 시류에 영합하는 가증스러움을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는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정신인 사랑을 키울 씨앗이 없다. 대체복무가 허용되면 이단(?)청년들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자신들의 신자가 이탈하여 교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걱정뿐이다. 한기총 사이비이단대책위원장이 "대인 접촉이 없는 무인도에서 노역을 시키면 대체복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한 것만 보아도 반대의 본심을 알 수 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대만을 보면 대체복무가 국가안보를 위협하지 않으며, 교세의 확장에도 기여하지 않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군사대국인 중국으로부터 통합의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은 이를 기화로 병력을 증강하지 않고, 오히려 병력수와 복무기간을 대폭 감축하는 역발상적인 정책을 채택하면서 우리의 사회복무제에 해당하는 '체대역'을 도입했다.

동시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체대역에 편입시켜 노약자와 중증장애인을 보조하는 역무를 부과함으로써 사회복지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들의 활동에 대한 대만 언론의 보도가 이를 증명한다. 북한의 군사 위협을 강조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방관계자들과는 사고와 인식의 틀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동안 대만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4-7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정도로 엄하게 처벌을 해 왔는데, 행정부와 입법부가 공동으로 독일의 사회복무제를 연구하여 2년간의 준비를 거쳐서 2000년 시행을 했다. 당초 군복무기간의 1.5배인 33개월을 복무케 하였으나, 군복무기간보다 체대역이 더 힘들었기 때문에 부족한 지원자를 유인하기 위하여 복무 기간을 군복무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단축을 했다.

악용은커녕 체대역 복무자에게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할 형편에 있다. 이처럼 사례가 분명한데도, 대한민국의 국방부는 여론 운운하면서 대체복무를 하면 너도 나도 군대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타령만을 하고 있다. '연구용역보고서'는 대체복무도입의 결론을 내렸는데도, 허용불가로 비틀어버렸다. 대만의 병무행정은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 많다. 대만은 현역입영 대상자에게도 체대역을 신청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었다.

입영자원의 배분을 독점하고 있는 우리의 병무행정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을 대만의 역정서(병무청)는 융통성 있게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군대의 폭력문화는 사라졌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병영시설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인력배분권의 포기는 병무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시켰고, 그 결과 병사업무를 보는 공직자는 부패의 유혹을 받지 않고 청렴성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것은 병역자원을 관리하는 '역정서'가 국방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우리의 병무청과는 달리 병역정책을 주도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와 같이 병무청이 국방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구조 하에서는 획기적인 개선책을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이다.

미 국무부 보고서는 앞으로도 매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권의 문제로 제기할 것이다. UN자유권 규약위원회에는 한국의 병역거부자 488명이 신청한 권리구제를 위한 개별청원을 심리하고 있다. 2006년 2건에 대해서 동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적절한 보상을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국내적으로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거부자에 대한 처벌 법규인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제8항과 병역법 제88조제1항 제1호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심리중이다.

2004년 동재판소는 7:2로 병역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만약 위헌결정이 내려진다면 모든 시비가 잠재워지면서 헌법재판소의 위상은 더 높여질 것이다. 가사 합헌이 된다 해도 합헌의견의 재판관이 종전 선고 때보다 줄어들면서 합헌이 된다면, 병역거부는 계속 하급법원에서 위헌제청이 될 것이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해결하라는 압력은 계속될 것이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녹이 쓴 철모로는 막을 수 없지 않는가? 국방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을 가지고 대체복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 #국제인권보고서 #대체복무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유-사회의 제반 문제거리들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그 이면 에 숨은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리고저.... 관심분야- 소수자의 인권문제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