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겉표지
황금가지
위의 작품들보다 비교적 최근에 소개된 <천사의 나이프>도 청소년의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아내를 무참하게 죽인 강도들이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또 다른 분노를 느꼈다. 그들이 어른처럼 처벌받지 않고 '갱생'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자는 어찌할 수 없다. 그저 참아야 할 뿐이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남자는 그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했는지를 조사하게 된다. 그들이 갱생했는지를 알아가는 셈인데, 여기서부터 어떤 목소리가 들려온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특별한 법이 존속해야 하는가, 없어져야 하는가, 의 이분법적인 문제를 넘어서 진정한 갱생의 의미를 묻는 목소리다.
법은 그들을 특별하게 대우해줘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갱생을 말한다. 하지만 뭘 어떻게 갱생시킬 것인가. 그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피해자들의 유족들을 달랠 수 있을 것인가. <천사의 나이프>가 비판하는 목소리는 간과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있다. 추리적인 요소 너머의 그 어떤 것을 말했기 때문일 테다.
추리소설하면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사회파 추리소설들은 그런 것을 거부하고 있다. 본격문학이 말하지 않는 어떤 것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말하려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그 비판의 말이 더 또렷이 들리는 것이리라.
이 정도면 추리소설의 진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추리소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인정해야 할 것이다. 추리소설의 새로운 모습과 그 목소리를.
이유
미야베 미유키 지음,
청어람미디어, 2005
모방범 1 - 개정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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