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다가와 조선학교
지구촌동포연대 임재현
'지구촌 동포연대'가 27일로 창립 10년을 맞았다. 10년 전인 1999년 출범한 '지구촌 동포연대'는 바로 이렇게 해외로 끌려간 사람들을 보듬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조국을 등진 이후 돌아오지 못하고 멀리 이국땅에서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해외 동포들. 그들에게 고국의 정을 나눠주기 위해 애쓴 것이 지금껏 이들이 해온 역할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가야 할 사명이기도 하다.
"학교 다닐 때 해외 입양아 출신과 함께 하숙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낳아준 부모를 찾으러 들어온 친구였는데, 비자 문제 때문에 3개월마다 한 번씩 나갔다 와야 하는 거예요. 괜히 화나더라고요. 해외로 팔려나간 것도 서러울 텐데 3개월에 한 번씩 나갔다 와야 한다니 국가가 돈벌이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26일 오전 서울 마포의 지구촌동포연대 사무실. 10주년 행사 준비로 피곤한 표정인 배덕호 대표는 해외동포 권익운동에 뛰어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해 줬다. 95년이던 그때부터 캠페인을 벌이며 재외동포 문제에 눈을 뜨게 됐으니 햇수로 따지면 근 15년째. 공식적 활동보다는 한참 앞선 셈이다.
99년 재외동포법 제정은 이런 노력의 결과였다. 그 즈음 '지구촌동포청년연대'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을 시작됐고, 그 이후로 해외 동포의 문제는 그의 문제가 됐다. 외교부도 아닌 민간단체가 아픈 역사를 이고 살아가는 해외 동포들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에다가와 조선학교와 우토로 문제 등은 'KIN'이 나섰던 대표적인 사안들이다.
때는 2003년, 도쿄도(이시하라 신타로 지사)는 도쿄 제2초급학교(에다가와 조선학교)를 상대로 토지양도청구소송을 제기한다. 학교 운동장의 일부가 공유지였으며, 길을 내기 위해서는 운동장을 없애야 한다는 것.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중심지에서 내몰렸던 조선인들이 도쿄도와 계약을 통해 마을을 만들고 학교도 지었던 것인데, 그 학교를 사용하지 말라니 동포사회가 발끈했다. 재판을 통해 1억7000만엔의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졌고, 이 소식이 알려지며 한국에서도 모금 활동이 벌어지게 된다. 그 중심에 KIN이 있었다.
우토로 문제도 마찬가지. 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징용당한 사람들이 해방 뒤에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눌러앉게 된 땅. 수십 년 촌락을 이루고 살아온 마을을 비워달라는 땅주인의 통고에 10년간 재판으로 맞섰지만 패배한다. 강제 철거의 위기 방법은 그 땅을 사는 것뿐. 힘에 부쳐 절망하던 그들의 소식이 고국에 알려졌고, 이번에도 KIN이 나섰다. 여론의 힘을 받아 국민모금이 이뤄졌고 정부도 30억 지원을 약속하게 된다. 동포애가 뭔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재외동포 문제 중요한데 낙하산 내려 보내는 정부 한심"10년을 맞아서 27일 기념행사를 할 예정인데 앞에 내걸 말이 '10년 간 아무 일도 한 것이 없습니다'예요. 아직 마무리된 일이 없거든요. 사실 제가 한 것은 없고 헌신적으로 도와준 다른 분들이 일을 다 해준 것이지요." 이런 활약에도 배덕호 대표는 "10년 동안 한 일이 없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10년을 돌이켜 보니 남는 것은 빚이었다"면서 웃어 보였다. 역사적 사명감이 없으면 힘든 일을 정부산하단체가 아닌 민간단체가 감당하려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랐다.
- 재외동포재단 등에서 지원해 주는 것은 없나요?"신청은 하지만 기대는 안 합니다. 10주년 기념행사 한다고 초대장은 보냈습니다. 올 것 같지는 않지만요. 정권이 바뀐 게 영향이 크네요."
- 지난해 8월에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낙하산 반대 성명 발표한 것이 영향을 받는 건가요?"불이익을 받아도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재외동포재단 수장이라면 나름 철학과 중립성을 갖추고 정파적 입장을 초월해야 하는데, 정권 탄생에 기여한 특정 단체 대표를 논공행상으로 문외한이 내려앉힌 것은 문제가 큰 것이지요. 초기에도 낙하산이었지만 그나마 관련 논문도 발표하고 전문성도 있었거든요. 그러다 민간 전문가들이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이전 정부가 잘 따라준 것인데, 정권 바뀌었다고 아무나 내려 보내고 있으니 참 한심합니다."
해외동포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그는 사람의 문제, 특히 외교관들의 역할을 많이 언급했다. 외교관 한 사람의 노력이 엄청 큰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재단 낙하산 이사장에 불만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들이 요즘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사할린을 예로 들었다.
"2차 대전 종전 후 일본은 적국 소련과 협상을 통해 사할린 땅의 일본인 30만 명을 데리고 옵니다. 조선인들은 나 몰라라 했지만 자국민만은 챙긴 것이지요. 유골까지 송환해 올 정도였습니다. 91년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종전 후 이런저런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남아 있던 일본인들을 가족까지 모두 데리고 갔습니다."자국민 챙겨야 할 정부는 외교마찰만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