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수석 할머니취재를 한다고 하자 한사코 사진도 찍지 말고 쓰지 말라고 하셨다. 어렵게 설득해서 한컷 찍었다. 그런데 사진이 흔들리고 말았다.
주재일
이야기를 본래 자리로 되돌려 놓으려고 "그럼 그 때도 수석 일을 하셨느냐"고 여쭈었다. 할머니는 "몇 번 고비가 있었지만, 평생을 수석 일에만 바쳤다"고 하셨다. 가까운 사람들이 다른 일을 권하기도 하고, 수석이 경기를 심하게 타는지라 다른 장사에 마음이 솔깃하기도 했다. 그래도 끝내 움직이지는 않았다. 할머니는 미련해서 그랬다고 했지만, 후회하는 낯이 아니다. 한우물만 평생 파온 사람의 굳은 심지 때문인지 눈빛이 번득였다.
사람들은 수석하는 이들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말하는데, 할머니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변론했다. 아무 곳에 가서 아무 돌이나 캐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돌을 찾으려고 마구 파헤치는 일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것은 욕심에 찌든 낮은 급수의 사람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탐석, 그리니까 돌을 찾으러 가는 일은 할아버지 몫인데, 주로 여름 장마가 끝날 무렵 움직이신다. 강과 내가 넘치면서 땅도 한번 뒤집히고 그 통에 물속에 잠겼던 돌들도 드러난다. 수천 년 물살을 맞아가며 다듬어진 돌을 들여다보고 좋은 것은 가져오고, 아닌 것은 놓아준다고 하셨다.
아니 잠깐, 돌을 물고기 다루듯 하시네요? 돌아오는 할머니 대답이 점입가경이다. "돌처럼 착하고 순하고 변함없는 게 어디 있겠어. 사람은 기껏해야 백 년이나 살까. 돌은 천 년을 넘게 살면서 물과 바람에 다듬어지며 아름다운 자태를 가꿔가는 거야. 돌에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 담겨있어. 그러니 맑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거지."
돌도 생명이라는 말씀에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어느 돌이 착한 돌인지, 어느 돌이 순하고 아름다운 돌인지 어떻게 가리는 걸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간단하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들고 천천히 들여다보면 보여.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들고 '무슨 형상을 품고 있나' 생각하다보면 돌 안에서 무언가가 내게 다가오지."
경기 어려우면 더욱 힘든 직업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