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동티모르 착한 커피구나! 하고 마셔요

등록 2009.02.27 10:32

수정 2009.02.2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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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스팸인 줄 알았습니다. 보니, '평화 커피' 관련 메일이었습니다.

"동티모르의 평화로운 재건을 돕고, 동티모르 농촌의 유일한 소득원인 커피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YMCA 공정무역 Peace Coffee가 이마트에 입점하게 되었습니다. 공정무역 프로젝트 4년째를 맞는 Peace Coffee에게 새로운 기회와 환경이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

YMCA와 아름다운 재단에서 팔던 동티모르 커피가 이마트에서 판매된다는 메일이었습니다. 불만이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한다"며 비판하더니, 한쪽선 동티모르 커피 판매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불쾌한 기분으로 아내에게 한 마디 던졌습니다.

▲생협 매장 '자연드림'에서 판매되던 공정무역 착한 소비 동티모르 커피.임현철

"이거, 동티모르 착한 커피구나! 하고 마셔요"

"Y에서 보낸 메일이 대형마트 홍보 메일이네?"
"내용이 뭔데요?"

"동티모르 커피 판매를 이마트에서도 판매하니 가서 사라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
"전 환영인데요. 그건 착한 소비잖아요. 다른 커피는 다국적 기업에서 파는, 어디서 온 커피구나 생각지 않고 그냥 마시는데, 동티모르 커피는 '아, 이거 동티모르 착한 커피구나' 하고 마셔요."

"그렇다고 홍보 메일까지 보내? 조용히 팔면 되지."
"커피는 하루 평균 25억 잔이 소비된대요. 근데 커피 이익은 다국적 기업이 다 차지하고, 커피 농가는 원가도 못 찾는다잖아요. 착한 소비로 이익을 농가에게 돌려주자는 공정무역, 착한소비를 적극 권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기는 합니다. 알음알음으로 판매되던 것을 일반 대중이 쉽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착한 소비지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 그 이익금을 농부에게 돌려주는 직거래 방식을 누가 뭐라 하겠어요?

"왜, 동티모르 커피 마실래, 그래요?"…공정무역

착한 커피 판매 이익금은 동티모르 커피 생산지에 커피 창고와 우물을 만들고, 어린이와 청소년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요. 아내는 저의 불만에 종지부를 찍고 나섰습니다.

"저는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의미가 있어 더 좋아요. 커피 마실 때, '커피 한 잔 할래?' 하는 게 아니라 '동티모르 커피 마실래?'하면, '왜, 동티모르 커피 마실래, 그래요?' 그럼 착한 소비를 이야기 해주죠. 그러니 아내를 위해서 불만 갖지 말아요. 공정무역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거니까요."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 들어붙어 커피를 생산하는 풍경을 생각하면 착한 소비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비싼 것도 아니고 착한 가격이니 권장할 만하지요.

커피 맛을 제대로 알고 마시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특별히 맛을 알고 마시기보다 습관적으로 마신다니 이왕이면 다홍치마겠지요. 그럴 바에야, 공정한 값을 치르고 공정한 값으로 판매하는 유기농 동티모르 커피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