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심리치료사가 말하는, '나' 파악법

집ㆍ나무ㆍ동적 사람 등 그림을 통한 심리파악

등록 2009.02.26 10:13수정 2009.02.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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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가족의 심리 상태를 돌아보고, 이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위해 기획된 <미술 심리치료사가 본, '나' 파악법>은 4회로 게재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로, '집ㆍ나무ㆍ동적사람 그림을 통한 심리 파악법'을 소개합니다. -기자주-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한 때, 유행했던 김국환의 <타타타> 가사 중 일부입니다. 여유를 갖고 마음 비우며 살자는 '느림의 미학'이 담겨 있던 대중가요였지요.

지금 우리네 삶을 돌아보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기 그지없습니다. '누가 먹히고? 누가 살아남느냐?'는 듯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자신을 방치할 수 없겠지요. 자신을 알면 미래가 그만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여행이나 독서,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자신을 추스르기도 합니다. 이런 방법도 어떨까 싶네요. '그림을 통해 자기 내면과 만나는 것' 말입니다.

 미술 심리치료 상담 중인 홍영란 씨.
미술 심리치료 상담 중인 홍영란 씨.임현철

"미술 심리치료는 그림을 통해 자기 에너지를 찾는 것"


아시겠지만 미술 심리치료사가 권유하는 이 방법도 참고 할 만합니다. 먼저 개념에 대해 홍영란 미술 심리치료사 설명을 간단히 듣도록 하죠.

- 미술 심리치료란?
"미술 심리치료는 심리치료의 한 유형입니다. 마음의 문제를 지닌 내담자와 상담할 때, 마음 상태를 대화로 풀어가기 힘들 때, 미술 창작활동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담자의 마음이 진정되게 하여, 편안하고 행복해 지기 위한 에너지를 스스로 찾게 돌보아 주는 방식입니다. 그림에 표현된 '나' 문제에 대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바로 자존감과 자아성숙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 미술 심리치료 대상은?
"문제가 있어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마음공부를 하고 싶은 모든 사람이 해당됩니다. 살면서 마음을 피폐하게 만드는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분이면 가능하죠. 예를 들어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 인간관계를 어려워하는 어른 등 나를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이면 가능합니다."

-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물은?
"대상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적용 되지만 간단하게 A4 용지, 연필심이 견고하지 않은 연필 등 필기도구와 지우개가 있으면 됩니다."

-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요?
"많은 방법 중, 오늘은 'KㆍHㆍTㆍP'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KㆍHㆍTㆍP(Kinetic House Tree Person)는 운동성을 가미한 '집, 나무, 움직이는 사람' 그림은 그 사람의 역동성을 파악하는데 주로 쓰입니다. 집, 나무, 움직이는 사람을 직접 그려봄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어떤 욕구가 있는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자기 행동의 무의식적 측면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이죠."

(자 그럼, 지금 자신이 그리고 싶은 대로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세요.)

 사례 1. 집, 나무, 사람을 표현한 그림
사례 1. 집, 나무, 사람을 표현한 그림임현철

"나무줄기 상흔 등은 심리적 상처를 암시"

다음은 홍영란 미술 심리치료사가 말하는 사례 설명입니다.

사례 1. 그림 이경숙(가명, 여, 8세)

위 사진은 집, 나무, 사람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초등학교 1학년생 그림이며, 부모와 위로 오빠가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제게 온 경숙이 그림에선 집에 대한 기억이 많아 공개하지 않으려는 표현으로 지붕에 그물무늬와 나무줄기에 상흔 등을 표현해 심리적 외상과 비밀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작은 창문이나 문의 표현으로 봐서 사회적 상호작용도 약간 폐쇄적이며, 성적인 문제도 있었고,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자궁회귀 현상까지 나타납니다. 현재 가정에 대한 불안과 타인과 교류, 정서적 교류, 애정 교류에선 불안감이 보입니다. 또 가족화에선 아빠와 오빠 관계가 미묘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참고 : 그림 해석법>

집 - 현재 자신의 가정상황과 가족 관계를 보여 줌.
나무 - 사람 무의식 자아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내면의 힘을 상징. 굵기와 크기에 따라 힘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고, 현재와 과거 성격과 질병상태를 잘 나타내며, 때론 특정 인물을 상징하기도 함.
사람 - 자신 혹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을 의미함.

 사례 2. 집, 나무, 사람을 표현한 그림
사례 2. 집, 나무, 사람을 표현한 그림임현철

지는 해를 동생으로 표현, 동생에 대한 압박감 표출

사례 2. 그림 이진영(가명, 남, 6세)

가족은 엄마, 아빠, 누나, 나,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 동생 등 5명입니다. 이 아이는 누나에 대한 스트레스와 동생에 대한 압박감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또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 그림은 치료 중반쯤 되었을 때 그림입니다.

집과 문을 작게 그린 걸 보면 자신의 노출을 꺼려하고 사회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는 해를 그린 후, 해를 동생이라 이야기 하면서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걸로 봐서, 그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고 풀이됩니다. 그림 밑에 풀을 이용해 지면선을 그린 것은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는 행위로 해석되고, 남성적인 것에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또 길이 있는 걸 보면, 삶에서 가야 할 길이 있음을 아는 긍정적인 것으로 표출입니다.
진영이는 처음에 혼나면 화장실에 빨간 물감을 칠하고, 손톱을 물어뜯고, 과격행동도 보였지만 치료 후 완치됐던 경우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자기 가족에 대한 지각, 가족 구성원들 상호작용 방식,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정서적 태도 등을 알아보는 '동적 가족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덧, 미술 심리치료는 자신이 모르는 내면을 참고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종이 몇 장 그림으로 파악할 순 없음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거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미술심리치료 #느림의 미학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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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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