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한 도서관기본적인 스펙인 토익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매달린다.
이나영
정부와 기업에서는 임금 삭감이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인 고통 전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전경련은 이날 "우리나라 신입사원의 임금 수준이 경쟁국보다 높다"는 자료를 뿌리며 대졸 초임이 2600만원 넘는 기업에 한해 임금을 최대 28%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600만원 이하인 기업도 (대졸 초임을)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경제사정이 좋아질 경우, 삭감된 신입사원의 연봉이 환원될지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정병철 부회장은 "논의는 했지만, 경제 회복 동향 및 속도, 고용의 수요 공급 밸런스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자리 나누기가 기업에는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낮추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의 일자리 나누기는 기업의 인건비를 낮춰주는 친기업 정책 드라이브"라는 이병훈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기업과 정부가) 극심한 취업난을 악용해 인턴·비정규직 등 임시직만 늘린다. 이어 기존 노동자에게도 '고통 분담하라'는 화살이 돌아가고,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이 내려간다. 여기에 비정규직법·최저임금제·정리해고제 완화되면서, 기업들은 값싸게 인력을 부려 먹고 해고할 수 있게 된다. 노조가 약해 경기가 나아져도 떨어진 임금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그는 "진짜 일자리 나누기는 임원까지 포함해 모두가 고통 분담하면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선 자유선진당 의원은 "사장, 감사 등 공기업 임원의 월급을 20%만 줄이면 대졸 초임을 삭감하지 않아도 정규직을 많이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와 노동자 모두 손해"신입사원 임금 삭감에 따른 동일 직장 내 이중임금 구조(Two-tier system)는 기업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비판도 많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경기가 좋아지면, 저임금에 만족 못하는 우수한 인력이 나가고, 기업으로서는 또 다른 채용·훈련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취업준비생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취업준비생 염정우(가명·27)씨는 "사람들의 기를 북돋아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게 해야지, '일단 싸게 부려먹자'고 하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느냐"고 따졌다.
중견기업에 다니다 최근 대학 교직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동훈(가명·28)씨는 회사와 노동자 모두 '윈윈(Win-Win)'이 아닌 '루즈루즈(Lose-Lose)'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취업시켜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하지만 자기 처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회사 일보다는 이직만 생각한다. 지금도 신입사원 이직률이 높은데, 신입사원 임금 삭감하면 이직률이 더 높아진다. 회사와 노동자 모두 손해만 본다. 정부와 기업이 아무런 검토도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실업대책을 내놓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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