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옷 입은 수제소시지잘 구워진 수제소시지 가운데 하나가 노란 옷(머스터드 소스)을 입었어요
김선영
언젠가 아직 초등학생도 아닌 듯한 어린아이가 엄마와 함께 그 점포에 들렀다.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하니까 꼬치 하나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젊은 여사장은 하나 더 팔면 그만일 텐데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매운 맛인데 먹을 수 있어요?"
엄마는 아이에게 "매운데 먹을래?" 하고 물어보았고, 아이는 맵다는 말에 자신이 안 서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음식장사 하는 사람의 양심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런 일도 있다. 석쇠 위의 수제소시지 중에 특별한 한 개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바나나처럼 굽어진 것이 아니라 쭉 뻗은 막대기처럼 기다란 것이었다. 나는 그 모양이 남달라서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건 미운오리새끼네요."
"예, 그건 동생 주려고 빼놓은 거예요."
팔아도 그만이겠지만, 굽은 것에 비해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었다.
"다른 한 군데에서는 가스불로 지지직 하고 고문하듯이 익힌 다음에 숯불에 굽던데요. 빨리 굽느라고 그러겠지만, 먹기가 좀 그래요."
"그럼 숯불 향이 골고루 배지 않을 텐데요."
내 물음에 그녀는 숯불 향이 덜 배이는 것을 지적했다.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그런 양심을 느낀 적이 있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었는데, 석쇠 위에는 구운 지 오래 되는 것이 몇 개 남아 있었다.
"언제 끝나요?"
"구워 논 거 다 팔면 들어가려구요."
"그런데 소시지가 작아졌네?"
"구워 논 지 오래 돼서 그래요. 이거 1000원에 드릴게요."
"그럼 남지가 않을 텐데…"
"그래도 너무 작아졌으니까 미안해서 그러거든요. 누나한테 말하지 마세요, 1000원에 팔았다고."
그날은 그래서 꼬치 한 개 값으로 두 개를 먹고 갔다. 아르바이트 학생의 음식장사 양심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게다가 콜라를 두 컵 먹고 가도 이맛살을 찌푸리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