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무한경쟁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 청소년단체 활동가들이 농성돌입 기자회견 열고 일제고사 폐지와 일제고사로 인한 해직교사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저는 소위 '강남 8학군'이라 불리는 지역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현재 1학년이고 3월이면 2학년이 됩니다.
요즘 신문을 채우는 최대 이슈는 단연 '일제고사'입니다. 전북 임실에서 비롯된 성적 조작 논란과 일제고사를 거부한 선생님들이 하나 둘 파면 당하시는 것을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파면된 선생님들이 불쌍하다거나, 성적을 조작할 정도로 임실 학생들의 성적 나쁜 것이 안타까워서가 아니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내신과 관계 없는 시험을 무엇 때문에 열심히 보느냐'며 일제고사를 우습게 여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제고사에 너무나 목숨을 거는 교육 당국이 애처롭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쉬운 시험으로 '학력 평가' 한다고?작년 10월에 제가 봤던 일제고사는 한 마디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처음 '전집 시험'을 실시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 시험으로 학력을 말할 수 있을지 답답했습니다.
우선, 난이도가 너무 쉽습니다. 물론 난이도는 개인에 따라 체감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를 비롯한 고1뿐만 아니라 제 주변의 중학생, 초등학생, 다른 학교 고등학생 모두 "이걸로 학력을 판단하기엔 너무 쉽다"고 했습니다.
이 시험은 그저 학교 진도를 제대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뒤처져 있는 학생 정도만 판별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였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말한 것처럼 '학생들의 정확한 학력을 평가한다'는 건 무리였습니다.
실례를 들자면, 저희 반에서 사회·국사·도덕 등 사탐영역에서 7등급(수능 모의고사 기준)을 받는 친구는 지난 일제고사에서 '보통'을 받았습니다. 중간·기말고사에서 항상 수학 10~20점 받는 친구는 심지어 '보통 이상'을 받았지만 12월에 본 기말고사에선 여전히 10점대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어떤 친구는 풀기 싫다며 과목당 10분 만에 후다닥 '감'으로 찍고 잤는데 전 과목 '보통'으로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정행위' 저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