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상인요즘 실직하면 지하철에서 장사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해오고 있다.
이재형
경로석에서 머리를 뒤로 기댄 채 잠시 눈을 붙이던 60대 후반의 노신사 한분은 아줌마의 상품 설명 소리에 짜증이 났는지 '에이~ 시끄러워' 하면서 못마땅해했습니다. 그러자 가뜩이나 자신감도 없고 일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던 아줌마는 개미 목소리처럼 작은 소리로 설명했습니다. 안그래도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릴리가 없습니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지하철 역무원에게 발각되면 못팔게 하기 때문에 물건을 갖고 지하철에 들어올 때 간단한 짐처럼 꾸려서 들어올 것입니다. 하루종일 지하철에서 그들이 객실마다 6~7분동안 상품 설명과 승객들에게 물건을 보여주며 판매하는 것은 그들에겐 생업입니다. 하루 종일 그들이 지하철 승객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버는지 모릅니다. 제가 보았던 그 아줌마처럼 사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나서는 것은 웬만해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선 창피함도 있을 것이고 또 물건을 팔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을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승객들이 많아 지하철에서 물건 파는 분들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낮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물건 파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양말, 스카프, 욕실용품, 고무줄, 1회용밴드, 좀약 등 생활 필수품들이 대부분이지만 물건에 대한 신뢰성 때문인지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들이 통상 파는 물건 값은 5천원 미만 제품이 많습니다. 가장 많은 것이 1천원~2천원짜리입니다. 천원짜리 물건 하나 팔기도 힘든데, 한개 팔아서 얼마나 남는지 모르지만 하루 수입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