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19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검증 청문회를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MB연대등 지지자들과 만나 '경제먼저 오빠먼저' 플래카드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호
"작년 촛불시위가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사태가 그렇게 악화될 줄은 몰랐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의 사명은 대통령을 조용히 돕는 것이라고 본다." (한덕문 MB연대 대표)"(대선 때) 팬클럽을 했던 회원들 상당수가 선거에서 이기면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지금은 회원 수가 많이 줄었다." (배규성 '명박사랑' 공동대표)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대통령의 지난 1년을 누구보다 아쉬워하고 앞으로의 4년에 큰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이 대통령의 인터넷 팬클럽에 가입해 그를 열렬히 지지했던 회원들이 그들이다.
대선 레이스가 불붙었던 2007년 2월에만 해도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터넷 팬클럽은 30개, 총회원 수는 20만 명을 각각 넘었고(안국캠프 추정치), 이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팬클럽 피켓이나 플래카드를 들고 따라다니는 이들이 많았다.
집권 1주년을 맞은 '그때 그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명박 팬클럽 대부분 폐쇄 혹은 개점휴업이명박 팬클럽의 양대 산맥을 이뤘던
MB연대와
명박사랑을 제외한 나머지 팬 사이트들은 대부분 폐쇄되거나 '개점휴업' 상태. 회원 수가 가장 많았던 명박사랑과 MB연대도 한 해 동안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청와대는 지난 9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과 MB연대 회원들의 만찬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MB연대 울산지회가 6일 "용산참사에다 경제위기 속에서 국정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회원들이 만찬에 참석한다면 여론이 나빠지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불참을 결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MB연대가 울산지회장을 맡은 백해도씨를 제명하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MB연대가 노사모와 다른 게 뭐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덕문 MB연대 대표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만찬불참 건 등 여러 사안이 겹쳐서 백씨를 징계했다"고 전했다.
MB연대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노사모처럼 대선 이후 조직의 존폐를 놓고 내부논란을 벌인 끝에 일단 존속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서 '모범답안'을 찾지는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졸속 협상'에 대한 비판여론으로 연일 촛불시위가 벌어진 지난해 5~6월에도 MB연대는 이렇다 할 활동 없이 정권의 위기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한 후 노사모 회원들이 탄핵반대 집회에 대거 참가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MB연대 한 대표는 "취임 초기에 이러저러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촛불시위를 지켜보았는데 나중에는 너무 심했다"며 "그러나 회원 개개인의 활동은 있었을지 몰라도 MB연대의 조직적인 대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우리도 뭉치면 대단한 힘을 모을 수 있지만, 누구를 공격하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MB연대의 한 관계자는 "노사모의 열정 같은 건 본받을 만하다. 노사모에 비해 MB연대 회원들은 덜 조직적이고 점잖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MB연대, 촛불시위 때도 '무대응'... "너무 심했다"이 대통령 최초의 팬클럽이었던 '명박사랑'의 지난 1년은 MB연대보다 훨씬 극적이다.
2005년 2월 처음 결성된 명박사랑은 20개월 만에 1만2000여 명으로 회원 수를 늘리는 등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온라인 공간에서 이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2007년 들어 '이명박 대세론'이 확산될 때까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팬클럽 박사모에 열세였던 상황에서 '명박사랑'의 활동에 이 대통령 측근들은 고무됐었다. 명박사랑도 2007년 5월 10일 대선출마 시에 방탄조끼를 선물하고 반MB 진영을 규탄하는 각종 시위에 참석하는 등 지극 정성을 다했다.
문제는 대선이 끝난 후 터졌다.
배규성 명박사랑 공동대표는 "(대선 때) 팬클럽을 했던 회원들 상당수가 선거에서 이기면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며 "내 주변에도 '선거 끝났는데 뭐 없냐'고 섭섭함을 토로한 분들이 많았고, 명박사랑도 그런 문제로 분란이 났다"고 회고했다.
팬클럽 창설 이후 대표를 죽 맡았던 임모씨가 갑자기 손을 뗀 작년 5월에는 웹사이트까지 폐쇄됐다. 같은 해 6월25일 명박사랑 대구지부 회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고 조직을 정비했지만, 예전의 영광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뭔가 생길 줄 알았는데..."... '명박사랑' 사이트 폐쇄 해프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