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어부의 당당한 기개가 느껴진다.
문종성
이슬라 무헤레스 섬은 칸쿤에서 페리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섬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칸쿤만 생각하고 오는데 칸쿤은 이미 전망 좋은 자리에 호텔이 열을 지어 서 있어 그 깊고 그윽한 카리브 해의 풍광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더구나 해변의 소유권마저 호텔들이 사 버린지라 바다 한 번 보려거든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든지 식사를 하든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본주의의 슬픈 자화상이다.
하지만 이슬라 무헤레스는 아직 천연 그대로의 감동을 지니고 있다. 산호초의 날개가 펼쳐진 바다 속은 어쩜 이리도 고운 빛깔을 머금을 수 있는지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스노스쿨링을 하면 꼭 인어공주를 만날 것만 같다. 뱃사공이 되어 노를 저으면 신선놀음이 될 것 같다. 콜라 한 잔 시키고 비치 의자에 누워 있으면 베벌리힐즈 동네가 부럽지 않다. 환상을 심어주는 곳, 여기가 여인들의 섬이다.
여인들의 섬은 여인들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1517년, 프란시스코 에르난데스란 사람이 이 섬에 들어왔을 때 익스첼이라는 작은 마야 여인 조각상들을 발견한 것이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보통 마야인들과는 달리 이들의 문명이 깊은 산 속이 아닌 바다 건너 섬까지 뻗어있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하지만 마야 유적으로 처음 알려진 이 섬이 천혜의 환경을 등에 업고 유적지가 아닌 관광지로 탈바꿈 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