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어디를 가도 호메이니와 하메네이의 사진을 만나게 됩니다. 이 사진은 카샨에서 찍은 하메네이의 사진입니다. 종교인의 느낌이 강한 사진이었습니다.
김은주
호메이니가 정권을 잡으면서 이란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술을 금지시키고 여자들에게 차도르를 입힌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행자인 우리조차 머리와 목덜미는 머플러로 가리고, 엉덩이 실루엣을 숨기기 위해 바지 위에 치마를 덧입어야 했습니다. 처음 얼마간은 새로운 스타일로 다니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우리가 테헤란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는 자정이 넘어서였습니다. 징수원이 남자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톨게이트 징수원은 주로 여자가 하는 일이라 남자 징수원을 보자 좀 이상했습니다.
“왜 저 일을 남자가 하지요?”
이란 사람들이 한국에 왔다면 나와 같은 어조로 물었겠지요.
“왜 여자가 저 일을 하지요?”
나의 우문에 길대장은 성실하게 답해주었습니다. 이란에서는 밤에 하는 일은 여자를 시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요.
예전에 밤을 새우는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힘든 고역에서 여자를 면제시켜준다니 꽤 괜찮은 나라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거리에는 여자가 한 명도 안 보였습니다. 자정이 넘었지만 남자는 더러 보이는데 여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였습니다.
우리 옆을 달리던 운전자들은 자기 눈을 의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여자들로 가득 찬 버스를 보자 깜짝 놀라고 마침내 넋을 잃은 표정으로 우리를 뚫어져라 바라봤습니다. 허깨비나 외계비행물체를 봤을 때의 표정이 아마도 그런 표정일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밤이면 여자라고는 볼 수 없는 나라에서 여자들로 그것도 외국여자들로 가득한 버스를 만났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게지요. 앞을 보고 운전해야 하는데 우리를 쳐다보느라 옆을 보며 운전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 불안했습니다.